가톨릭대 만학도, 손자·손녀뻘 ‘학우’ 위해 1억 쾌척
가톨릭대 만학도, 손자·손녀뻘 ‘학우’ 위해 1억 쾌척
  • 오세광 기자
  • 승인 2015.11.23 15: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상진씨 “어려웠던 시절이 나를 성장시킨 보석같은 시간”
▲ 가톨릭대 국사학 전공 4학년 이상진씨(62)가 아들·딸 뻘인 학우들을 위해 장학금 1억400만원을 내놓아 화제다. 이상진씨(가운데 꽃을 든 만학도)가 장학금 기증식 뒤 학우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가톨릭대에서 국사학을 전공하는 60대 만학도 이상진씨(62)가 손자·손녀 같은 학생들을 위해 장학금 1억400만원을 내놓아 화제다.

가톨릭대 국사학전공은 지난 19일 오후 5시 교내에서 이 씨에 대한 감사 표시로 장학기금 기증식을 열었다고 23일 전했다.

국사학 전공 2012학번으로 입학해 내년 2월 졸업 예정인 이 씨는 20일 “너무 늦게 대학에 들어와 혹시라도 다른 학생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을까 늘 걱정했다”며 “그런데 오히려 학생들이 먼저 다가와 이야기를 하고 부족한 부분을 도와줘 대학 생활을 마칠 수 있게 됐다”고 고마워했다.

그는 “형편이 어려워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저도 어려웠던 젊은 시절을 보냈고, 넉넉하진 않지만 저를 따뜻하게 대해준 ‘친구’들에게 작은 고마움을 표시하기로 했다”고 기부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로 그는 가정형편이 여의치 않아 대학에 진학하지 못했다.

늘 학사모를 써 보는게 꿈이었다.

그러던 중 1년 먼저 가톨릭대에 입학한 친구의 강력한 권유로 평소 공부하고 싶은 인문학부 국사학 전공의 문을 두드렸다.

이 씨는 지난해 8월 5400만원, 올해 3월 5000만원 등 모두 1억400만원을 국사학전공에 장학기금으로 내놨다.

그동안 장학금 기증 사실을 학생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아 기증자를 남편 이름으로 했고 학교 측의 기증식 제안도 고사했다.

그러다 최근 교수들이 졸업을 앞둔 이 씨에게 “좋은 뜻을 알리고 학생들에게 귀감이 됐으면 좋겠다”고 설득해 기증식이 열렸다.

이 씨는 함께 공부한 학생들에게 “저도 어려웠던 시절이 있었지만 시간이 흐르고 돌아보니 그 때가 나를 성장시킨 보석 같은 시간이었음을 알게 됐다”며 “여러분도 힘들겠지만 조금 더 참고 견뎌주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가톨릭대 국사학전공은 지난해 2학기부터 이 씨의 장학금으로 가정형편이 어려운 우수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