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석과 상상의 미덕 ‘검은 사제들’
해석과 상상의 미덕 ‘검은 사제들’
  • 온라인뉴스팀
  • 승인 2015.11.15 14: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새영화 뒷이야기
 

윌리엄 프레드킨 감독의 ‘엑소시스트’(Exorcist·1973)는 열두 살 어린 소녀의 몸에 악령이 깃들고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다.

현재까지 ‘공포 영화의 진수’로 꼽히는 이 작품은 2001년 디렉터스컷(Director’s CUT·감독의 애초 의도대로 재편집하거나 무삭제한 영화)으로 재개봉했다.

당시 여주인공 리건(린다 블레어)이 몸을 비틀며 거미처럼 계단을 기어다니는 장면과 십자가로 자위하는 장면 등 11분가량이 추가되면서 작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다.

지난 5일 개봉해 13일까지 266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극장가에서 흥행몰이 중인 한국영화 ‘검은 사제들’은 ‘구마’(驅魔·엑소시즘)를 소재로 한 첫 한국영화다.

그만큼 관객들이 신선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영화 ‘엑소시스트’에 의한 기시감을 극복하는 일은 제작진이 풀어야 할 가장 큰 숙제였다.

이 영화 제작사 ‘집’의 송대찬 프로듀서는 “가톨릭 구마의식에 대한 방대한 자료 조사를 통해 실재에 근거한 해석과 한국적 샤머니즘을 결합했다”고 소개했다.

로마교황청은 지난해 7월 구마 신부들 300여 명이 가입된 ‘국제퇴마사(엑소시스트)협회’를 공식 인정했지만, 구마는 악령이 존재한다는 점을 인정하는 동시에 고해성사와도 같은 의식이라 비밀스럽게 행해진다.

 

가톨릭 교회는 구마를 행하기 전에 주교나 교구장에게 보고하고, 허락을 얻도록 규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영화는 구마에 대한 이런 배경 설명이 잘 나온다.

영화에 등장하는 ‘장미십자회’는 가톨릭 교리를 부정하는 비밀단체로, 17세기에 그 실체가 처음 알려졌다. ‘12형상’은 부마의 징후들로 장미십자회에서 일련번호로 분류한 사령(死靈)의 종류.

각종 공상 소설에 등장했던 장미십자회와 12형상은 ‘검은 사제들’의 주제, 분위기와 맞물리면서 상상의 지점을 넓혀주는 좋은 소재로 활용됐다.

마태오(마태복음) 8장 32절 ‘예수님께서 가라고 말씀하시자 마귀들이 나와서 돼지들 속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돼지 떼가 모두 호수를 향해 내리 달려 물속에 빠져 죽고 말았다’는 구절은 이번 영화 구마예식의 중요한 모티브가 됐다. 구마예식에 돼지를 사용하는 설정은 ‘검은 사제들’이 처음으로 선보이는 것.

제작진은 교회법과 역사, 교리에 대해 충실하고 신선한 해석 외에도 한국적 샤머니즘을 결합해 한국영화만이 줄 수 있는 맛을 가미했다.

김 신부(김윤석)가 보조 사제를 선발할 때 영적으로 민감하다는 호랑이띠를 조건으로 내세운 점이나 신부들이 구마예식에 앞서 무당들이 굿을 벌이는 장면 등이 그것이다.

배우들의 인상깊은 연기는 이 영화에서 단연 빼놓을 수 없는 관람 포인트다.

김윤석과 강동원은 ‘성 미카엘 대천사에게 바치는 기도’, ‘해방의 기도’를 라틴어·영어·독일어·중국어·한국어로 모두 외워 극의 사실감을 높였다.

충무로의 신예 여배우 박소담은 극 중 악령에 들린 부마자 역을 맡아 삭발과 특수분장을 거쳐 신들린 연기를 펼친다. 그는 2000여 명이 참여한 오디션에서 1차 자유연기, 2차 사자 울음·개 짖는 소리 연기, 3차 외국어 연기 테스트를 거쳐 최종 발탁됐다.

[신아일보] 온라인뉴스팀 web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