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이야기] 위기의 서민금융… 대부업만도 못한 저축은행
[금융이야기] 위기의 서민금융… 대부업만도 못한 저축은행
  • 신아일보
  • 승인 2015.11.10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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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수 기자

 
신경애씨(가명·여·43)는 급전이 필요해 생활정보지에 나온 광고를 보고 대출을 받기 위해 구로기계공구상가에 있는 대출중개업자의 사무실을 찾아간다.

돈이 급한 신씨는 대출중개업자가 시키는 대로 총 7개 저축은행의 대출서류를 작성한다.

대출 신청한 총액은 3500만원, 그 중 얼마가 대출이 될지 모른다는 말을 듣고 사나흘을 기다린 후에 신씨가 손에 받아 든 대출금액은 2500만원이다.

신씨는 이자 부담 등으로 3년 후인 2005년 겨울에 법원에 파산신청을 했다. 법정 이자율 제한이 없어 100원 빌려주고 1000만원의 이자를 받아도 합법이던 시절의 얘기다.

1998년 초 이자제한법의 폐지 이후 대부업체라는 괴물이 생겨나고 저축은행은 지역서민금융이라는 본연을 잊고 고리대금업에 뛰어든다.

고리대금업에 의한 서민피해가 가중되자 정부는 2002년 10월 ‘대부업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대부업법)을 제정한다.

이후 2004년 카드대란을 거치면서 저축은행 업계에 구조조정의 회오리가 불었지만 고금리 신용대출에 치중하던 몇몇 대형 저축은행들이 살아남아 대부업계와 고금리 신용대출 시장에서 경쟁을 지속하게 된다.

2011년 저축은행의 무더기 영업정지 사태는 또 한 번 저축은행업계를 구조조정의 회오리에 몰아넣었고 고금리 신용대출을 일삼던 대형저축은행들은 M&A를 거쳐 현 상태에 이르게 됐다.

고금리 상품 취급비중이 높은 저축은행 중 SBI, OK, JT친애저축은행 등은 자산규모 상위 5위권 내의 업체로써 OK저축은행은 지난해 3월 현재 9개 점포에서 올해 같은 기간에 13개 늘어난 22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업계 1위인 SBI저축은행도 지난해 동기간보다 6개 늘어난 20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그들이 점포수를 꾸준히 늘리는 것은 서민들을 상대로 하는 고리대금업에 주력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보이며 TV대출광고 규제로 인해 점포수는 계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저축은행업계가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이 ‘고리대금업자’라는 말이라고 한다. 올해 3월 현재 저축은행 업계의 고금리 신용대출자산 규모는 약 4조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소비자에게 적용하고 있는 이자율이나 연체된 채무자의 집 근처에서 건장한 남자들이 검은 양복을 입고 서성대는 모습을 보면 저축은행인지 대부업체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다.

저축은행들에게 허가된 금융업무는 총 16가지이고 이중 서민들을 상대로 한 신용대출은 그 중 한가지일 뿐인데 고리 대출에 치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이자제한법’에서 25%의 최고 상한금리를 두고 있으나 금융업이나 대부업 등은 개별 법률에서 최고 34.9%의 이자상한을 적용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아 금융기관을 이용하기 어려운 서민들에게 자금을 공급할 수 있도록 특례금리를 두고 있는 것이다. 고금리 대출을 전문으로 하는 업계에 대한 특혜라고 볼 수 있다.

1998년 ‘이자제한법’ 폐지에서 ‘대부업법’ 제정과 개정 등으로 이어지는 서민금융 정책은 서민들에 대한 안정적인 금융공급과 사채업자의 양성화를 목적으로 달려왔다.

그러나 몇몇 저축은행들이 법률상 최고이자를 수취하는 초고금리 상품을 판매하며 고금리 시장에 뛰어들어 대부업체들과 경쟁을 벌이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졌다.

이를 두고 대부업계의 한 관계자는 “은행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사채업자들과 경쟁을 하겠다고 나선 꼴”이라며 “사채업자들을 양성화 하기 위해 생겨난 특례금리를 저축은행들이 빌붙어 뜯어먹겠다고 나서는 것은 무늬만 은행이란 얘기”라고 비난한다.

저축은행이 고리대금업 시장에 진출해 대부업체와 경쟁을 시작한 지 17년째. 11조원으로 추산되는 고금리 신용대출 시장에서 저축은행업계가 차지하는 비중은 4조원 규모로 대부업계에 한참 뒤쳐진다.

자금조달구조나 대손충당금의 손비처리 등 대부업계보다 월등한 영업환경을 가지고서도 대부업계에 한참 뒤지고 있다.

저축은행 중앙회의 홍보팀장은 “대부업체만도 못한 것이 저축은행”이라고 자조한다. 일도 제대로 못하면서 고리대금업자라는 소리만 듣는다는 한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