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내륙선철도 첫 제안한 김영호씨
중부내륙선철도 첫 제안한 김영호씨
  • 온라인뉴스팀
  • 승인 2015.11.08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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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만에 내 말대로 될 줄이야… 실현되니 꿈만 같아”
 

“기찻길이 놓여야 발전할 수 있다는 생각은 아주 오래전부터 했어요. 평소 생각을 얘기한 건데 18년 만에 진짜 철길이 놓일 줄은 꿈에도 몰랐지. 허허허”

지난 4일 충북 충주역에서 열린 중부내륙선 철도 기공식에서 축사에 나선 이시종 충북도지사는 “중부내륙선 건설 아이디어를 낸 분”이라며 한 구순의 노인을 소개했다.

참석자들의 박수를 받으며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난 이는 김영호씨(93·사진)였다. 머리는 온통 백발이었지만 꼿꼿하고 정정한 모습이었다.

김 씨는 1997년 4월 중부고속도로 기공식에서 만난 이 지사(당시 충주시장)에게 “고속도로도 좋지만 서울로 직접 이어지는 철도를 추진해 보라”고 조언했다.

이 지사는 김 씨 얘기를 흘려듣지 않고 여러 달의 검토 끝에 사업 추진을 전격 결정했다.

경기도 이천∼충주∼경북 문경을 잇는 중부내륙선은 ‘제2의 경부선’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충주와 서울을 오가는 기차는 하루에 상·하행 2차례씩뿐이다. 그것도 충북선을 타고 가다 충남 조치원에서 경부선으로 갈아타야 한다. 이 노선도 사실은 1960년대 초 김 씨가 지역 출신 국회의원과 함께 당시 국가재건최고회의를 찾아가 건의해 생겨난 것이다.

충주 토박이인 김 씨가 경상도에서 충주를 거쳐 서울로 가는 기차 노선 얘기를 처음 접한 건 일제강점기인 80여 년 전 초등학교 때다.

1930년대 충주에 살던 한국인과 일본인 유지들은 경부선에 이은 중앙선이 충주를 거쳐야 한다고 조선총독부에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충주를 거치면 다리를 많이 놓아야 한다는 게 총독부의 반대 이유였어. 다리보다 굴(터널)을 뚫는 쪽을 택한 거지. 그래서 제천·단양을 거치는 지금의 중앙선이 탄생했지.”

김 씨는 충주에서 ‘큰 어르신’으로 통하는 지역 원로다. 경력도, 인생 역정도 화려하다.

1922년생인 그는 경성법학전문학교(지금의 서울대 법대)를 다니다 1944년 1월20일 학도병으로 징집됐다. 해방 이후 1949년 예비역 육군 소위로 예편한 뒤 충주사범학교 교사로 부임해 사회·지리·역사·교련 등 4과목을 가르쳤다.

한국전쟁으로 다시 현역으로 소집됐다 휴전 직후 대위 계급장을 달고 제대한 뒤 충주에 교사로 복귀했다.

1963년까지 일선 교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쳤고 그 뒤에도 오랜 기간 교육계에 몸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