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술합계 23단 현해스님, 재난구호단체 설립
무술합계 23단 현해스님, 재난구호단체 설립
  • 온라인뉴스팀
  • 승인 2015.11.02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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킥복싱챔피언·스턴트우먼 경력
“현장이 법당… 자비 베풀기로”
 

비구니 현해 스님(54)은 독특한 이력을 지니고 있다.

타고난 운동감각을 지닌 스님은 태권도 4단, 우슈 4단, 킥복싱 5단, 격투기 5단, 거합도(칼을 갖고 하는 무술) 5단 보유자다. 학창시절부터 육상 선수와 배구 선수로 활동했으며, 킥복싱 동양 챔피언으로 15차 방어전까지 치렀다.

1990년대 중반까지는 무술시범단 ‘영웅여걸’의 팀장이자 국내 스턴트우먼 1세대로서 방송과 영화에서 무술 실력을 뽐내며 종횡무진 활약했고 한때 언론매체에도 자주 소개되면서 유명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이런 생활에 염증을 느꼈고 34세가 되던 1995년 뒤늦게 머리를 깎고 출가했다.

하지만 스님이 되고 나서도 타고난 운동감각과 끼를 누를 수는 없었다.

미국에 건너가 태권도로 포교활동을 했으며 2년 전에는 ‘하늘을 날고 싶다’는 생각에 비행에 도전해 경량 항공기 조종사 자격증을 따기도 했다.

출가 전부터 봉사활동을 꾸준히 해왔던 스님은 지난해 세월호 참사 때에는 현장으로 달려가 45일간 진도 체육관과 팽목항을 오가며 유가족을 위한 봉사활동을 펼쳤다.

스님이 최근 사단법인 ‘대한재난구호안전봉사회’를 설립한 것도 세월호 참사 현장에서의 경험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선방을 나와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제가 존경하는 큰스님들처럼 되지는 못할 것 같아서요. 전쟁터 같았던 세월호 참사 현장에서 지내면서 현장에서 몸을 부딪치는 것에는 자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현장에 법당을 차리고 자비 공덕을 베풀자는 결심을 하게 된 거죠.”

현해 스님이 재난구호단체에 특별히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대만의 비구니 스님이 창설한 봉사단체 자비공덕회를 방문했을 때부터다.

“2년간의 봉사 교육 과정과 탄탄한 매뉴얼을 갖춘 체계적인 시스템에 놀랐어요. 재난이 나면 국가보다 먼저 현장에 구호물자를 전달하는 단체였죠. 이번에 설립한 단체도 자비공덕회를 롤 모델로 삼고 있습니다.”

재난구호단체 설립 결심을 굳힌 스님은 재난구호에 대해 체계적으로 배우기 위해 지난해 가을에는 숭실사이버대학 소방학과에 입학했다.

소방대원이나 각종 자격증이 있는 사람이 대부분인 학교에서 수업을 따라가는 것이 힘들기도 했지만 안전 관련 캠페인과 봉사활동을 벌이는 과내 모임 ‘안전 지킴이’ 대표로 활동하는 등 그 누구보다 학교생활에 열심이다.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 지난달 말 국민안전처로부터 설립 허가를 받은 사단법인 ‘대한재난구호안전봉사회’는 다음달 6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출범식을 열고 본격적인 활동을 펼쳐나갈 예정이다.

“일단은 작은 봉사부터 시작해야겠죠. 노숙자나 이재민의 월동 준비와 독거노인과 불우이웃을 위한 목욕사업 같은 것부터요. 시스템도 체계적으로 마련해 나갈 계획입니다. 분야별 전문가를 모셔서 조직을 정비하고 봉사자를 재난 현장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교육 시스템도 갖출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