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롯데 계열사 대표들에 "업무 보고하라" 통보
신격호, 롯데 계열사 대표들에 "업무 보고하라" 통보
  • 전호정 기자
  • 승인 2015.10.29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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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제3자가 경영정보 들을 수 있어"… 사실상 거부
▲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16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 34층 집무실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가운데는 신동주 SDJ 코퍼레이션 대표.ⓒ연합뉴스

신격호(94)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지난 26일 계열사 대표들에게 "업무보고를 하라"는 통보서를 보냈지만, 롯데그룹 측은 제3자 정보 유출을 이유로 보고가 어렵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신 총괄회장은 신동주·동빈 형제가 자신의 집무실 관리권을 놓고 벌이는 싸움으로 인해 장기간 경영보고에서 배제돼 왔다.

29일 롯데그룹과 SDJ코퍼레이션(회장 신동주)에 따르면 지난 26일 신격호 총괄회장은 14개 계열사 대표 앞으로 '정기 보고 촉구의 건'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냈다.

이 공문에서 신 총괄회장은 "최근 본인은 소송을 진행함에 있어 권리보호를 위해 전무 이일민(롯데그룹 소속 비서실장)을 비서직에서 해임한 바 있으나 이를 빌미로 각 계열사 임직원들이 그동안 시행하던 정기적 보고를 생략하거나 업무지시를 따르지 않는 등 고의적으로 업무를 방해하는 사례가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이에 본인은 이 시각 본인의 직접 지시 또는 본인의 사용인을 통한 시지에 불응하면 그 책임을 물을 것임을 통보하는 바"라고 계열사 임직원들에게 경고했다.

신 총괄회장은 지난 19일 노병용 롯데물산 대표의 업무보고 이후 열흘 가량 업무보고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는 신동주·동빈 두 아들이 경영권 분쟁 와중에 신격호 총괄회장 집무실(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34층) 관할권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오후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SDJ코퍼레이션 회장)측은 자신들이 신격호 총괄회장 집무실을 관리하겠다고 신동빈 회장과 롯데그룹에 통보한 뒤 실제로 비서·경호인력들을 34층에 배치했다.

당시 신 전 부회장 측은 롯데그룹이 임명한 신 총괄회장의 비서실장인 이일민 전무를 해임하고, 신임 비서실장으로 나승기씨를 임명했다.

이에 따라 보고일정 등을 조율할 이 전무가 신 총괄회장 집무실에 들어서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서 계열사 업무보고가 중단됐다.

19일 전까지 신 총괄회장은 90세가 넘은 고령에도 매일 오후 3~5시 사이 그룹 계열사들로부터 현황 등을 직접 보고 받고 질의하며 경영 상황을 파악해왔다.

이후 현재까지 34층 총괄회장 집무실은 사실상 신동주 전 부회장 인력이 장악하고 있지만, 롯데그룹도 이일민 전무의 '해임 무효'를 주장하며 이 전무를 비롯한 비서·경호 직원을 34층 근처에 대기시켜 놓았다.

이에 대해 롯데 관계자는 "언제든지 보고를 할 준비가 돼 있지만 보고할 때 제 3자가 없다는 조건이 붙어야 가능하다"며 "신 전 부회장과 달리 SDJ코퍼레이션이라는 다른 회사와 그 직원들은 롯데 관계자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SDJ코퍼레이션이 유통 등의 사업을 추진해 경쟁사가 될 수 있는데 회사 기밀이나 정보가 유출될 수 있지 않냐"며 조건 해소 없이는 보고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롯데그룹은 또 공문의 발신자가 비서실장이 아니라, 이례적으로 신 총괄회장 명의로 돼 있는데다 자필 서명도 평소와는 조금 다른 면이 있다면서 공문 자체의 진위에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신아일보] 전호정 기자 jhj@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