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아속보
[금융이야기] 히어로즈와 J트러스트
[금융이야기] 히어로즈와 J트러스트
  • 신아일보
  • 승인 2015.10.26 16: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흥수 기자

 
‘집에서 기르는 애완견의 귀에 호치키스로 빚 독촉장을 집어 놔라’, ‘학교에서 돌아오는 어린 아이의 가방에서 빚 독촉장이 나오게 하라’는 등 인간이기를 포기한 채권추심방법이 2007년 대한민국 국회에서 폭로됐다.

김대중 정부 시절 저축은행 중앙회에서 발간한 ‘대부업 채권회수 기법’이라는 책자에 적혀 있는 내용이다. 프로야구단 히어로즈와 네이밍 스폰서 계약을 추진하고 있는 J트러스트가 몸담고 있던 일본 대부업계의 빚독촉 방식이다.

일본 대부업계가 ‘그레이 금리 폐지’와 ‘과불금 반환소송’이라는 핵폭탄을 맞고 초토화되면서 몇몇 대부업체들이 고리대금업의 천국인 한국으로 넘어오게 되는데 그 중 하나가 ‘J트러스트’금융그룹이다.

2007년 이후 일본의 대부업계에는 두 개의 핵폭탄이 떨어졌다. 고이즈미 전 총리 임기 말에 나온 ‘회색(그레이)금리’ 폐지와 ‘과불금 반환 집단소송(20%를 초과해서 받은 이자는 모두 소비자에게 반환하라는 소송)’이었다.

일본은 당시까지 ‘회색(그레이)금리’라고 하는 이상한 이자가 존재했다. 법률상 최고 이자율은 20%였지만 29%를 초과하는 이자를 받았을 때에만 형사처벌이 가능했다. 일본 대부업체들은 거의 모든 대출에서 29%의 이자율을 수취하며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실제 모 대부업체는 일본 주식시장의 시가총액 5위까지 올라가는가 하면 일본 젊은이들 취업희망 1순위가 대부업체일 정도로 대부업체가 호황을 누리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일본 대부업체들은 ‘과불금 반환소송’의 패소로 말미암아 수십조원에 달하는 과불금을 물어주게 되면서 대부업계의 초토화가 시작됐다. 일본 대부업계가 이처럼 초토화 되면서 한국으로 넘어온 고리대금 자본 중 하나가 J트러스트이다.

히어로즈측은 J트러스트가 합법적인 저축은행임을 강조하며 대부업체와는 다르다고 항변한다. 일본 대부업계가 초토화 되었다고 해서 일본의 고리대금 자본이 모두 우리나라로 넘어오지는 않았다.

J트러스트를 비롯한 몇몇 고리대금업에 중독된 자본만이 자생을 위해서 우리나라로 넘어온 것이다. ‘저축은행’이라는 명칭이 고리대금업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J트러스트가 우리나라로 건너 온 이유는 단 하나, 고리대금업 시장이 일본에 비해 자본을 증식시키기에 월등하게 좋은 영업환경이기 때문이다. 히어로즈의 항변은 고리대금업을 하지 않는 저축은행까지도 싸잡아 매도할 수 있는 위험한 발상이다.

히어로즈의 이장석 대표가 히어로즈를 인수해서 지금까지 걸어 온 길은 우리 프로야구 역사에 있어서 선동열의 0점대 방어율이나 이승엽의 56호 홈런에 버금가는 매우 위대한 걸음걸이였다.

자금난 때문에 선수들을 팔아서 연명한다는 비아냥을 들으면서도 지금의 히어로즈라는 명문구단을 만들어낸 열정과 노력은 금액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이기 때문이다.

KBO는 뭐하고 있는가?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이다. 지난 9월부터 어린이들에게 유해하다는 이유로 어린이들이 시청할 수 있는 시간대에서는 TV에서 대출광고를 하지 못하도록 규제가 시작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장 안팎에는 고리대금업자들의 광고판이 도배를 하고 있다. 고리대금업자들의 후원이 없으면 KBO의 운영이 어려운가. 우리 아이들의 꿈과 희망을 서민들의 피눈물로 얼룩진 핏빛 그라운드에 처박을 심산인가.

히어로즈 이장석 대표에게 묻고 싶다. 프로야구는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출발했다. 혹시 우리 어린이들에게 고리대금업에서 꿈과 희망을 찾으라고 가르치고 싶은 것인가.

아니면 우리 아이들이 기르는 애완견의 귀에 빚 독촉장이 꼽히거나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의 가방에서 빚 독촉장이 나오는 모습을 보고 싶은 것인가.

선동열과 이승엽의 업적에 버금갈 히어로즈 이장석 대표의 명예가 한낱 고리대금업자의 평판세탁에 이용당하는 현실이 개탄스럽기만 하다.

히어로즈는 영화배우 김하늘과 고소영이 왜 위약금까지 물어주며 대부업체와의 광고계약을 해지했는지 다시 한 번 곱씹어보기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