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년전 오대양호 납북어부, 어머니 만나 오열
43년전 오대양호 납북어부, 어머니 만나 오열
  • 온라인뉴스팀
  • 승인 2015.10.25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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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감한 사연 탓 어색한 풍경 펼쳐지기도

▲ 제20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첫날인 24일 오후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납북 어부 정건목(64)씨가 남측에서 온 어머니 이복순(88)할머니의 눈물을 닦아 주고 있다. ⓒ연합뉴스
"내가 다 알아. 사니까 이렇게 만나네요. 보세요, 얼마나 건강하게 사는지"

북측 정건목(64) 씨는 24일 이산가족 단체상봉 행사가 열린 금강산호텔에서 휠체어에 앉은 남측의 어머니 이복순(88) 씨를 보자마자 그대로 달려가 "엄마"를 외치며 품에 안고는 눈물을 터트렸다.

그리곤 옆에 있던 아내 박미옥(58) 씨를 가리키면서 "며느리야, 며느리"라고 소개했다. 그러자 복순씨는 며느리의 손을 잡고 울기 시작했다.

건목씨도 남측의 두 여동생 정매(66), 정향(54) 씨를 끌어안고 한참을 울었다.

감정을 추스른 건목씨는 주머니에서 수건을 꺼내 어머니의 안경을 살짝 들고 눈물을 닦아 드리면서 "어머니 살아계셔서 좋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 제20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첫날인 24일 오후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북측주최환영만찬에서 납북 어부 정건목(64)씨가 남측에서 온 누나 정정매(66)씨에게 술을 따라주고 있다.ⓒ연합뉴스
한국전쟁 통에 이산가족이 된 다른 가족들과 달리 이들은 건목씨가 지난 1972년 서해상에서 조업 중 납북되면서 떨어지게 됐다.

북한 경비정은 당시 21세이던 건목씨를 비롯한 25명이 탄 쌍끌이 어선 오대양 62호를 61호와 함께 납치했다.

건목씨가 생존해있다는 사실은 우리 정부가 이달 초 납북자 및 국군 포로 50명에 대해 북측에 생사 확인을 의뢰하면서 밝혀졌다.

이들의 사연이 민감한 탓인지 어색한 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미옥씨는 건목씨가 어머니 옆에 앉으려 하자 밀치며 다른 자리를 권해 43년 만에 처음 만난 모자가 떨어져 앉아야 했다.

미옥씨는 상봉 초부터 체제 선전에 적극적인 모습이었다.

그는 "우리 당이 오빠 조선 노동당원 시켜주고 공장 혁신자도 되고 아무런 걱정할 것이 없다"며 우리 남편이 남조선 출신이라고 차별하지 않아요.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자랑했다.

어머니 복순씨가 "병원비 많이 들지 않느냐"고 묻자 건목씨는 "우리는 다 무상으로 해준다"고 말했고 미옥씨는 "땔감도 다 줘서 창고에 넣어 있다. 우리랑 같이 가 살자"고 거들었다.

한편, 남측 문홍심(83) 씨는 한국전쟁 당시 의용군으로 끌려간 오빠 문홍주 씨를 만나고자 했으나 지난 1996년 이미 사망했다는 사실을 접했다.

홍심씨는 이번 상봉행사에서 오빠의 아들인 조카 문치영(48) 씨와 조카며느리 리경숙(48) 씨를 만났다.

고(故) 홍주씨는 서울에서 철도고등학교 재학 중 배추밭을 둘러보러 갔다가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의용군에 징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치영씨는 "아버지는 김책공업대학 2기 졸업생"이라면서 "당의 일꾼으로, 기술공으로 그렇게 살아가셨다"고 말했다.

[신아일보] 온라인뉴스팀 web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