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미국에 대화 손짓하나… '평화협정' 재차 요구
北, 미국에 대화 손짓하나… '평화협정' 재차 요구
  • 박재연 기자
  • 승인 2015.10.18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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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상회담 관련 언급 없어… '도발행위 자제' 분석에 무게
▲ 북한 외무성은 한미정상회담 직후인 17일 밤 정상회담 자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채 미국에 한반도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할 것을 재차 촉구했다. 사진은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지난 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맞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에 참석한 모습.ⓒ연합뉴스

북한이 한미정상회담에 대한 언급 없이 미국에 대해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을 재차 촉구하고 나섰다.

북한 외무성은 한미정상회담 직후인 17일 밤 성명을 통해 "조미(북미) 사이에 신뢰를 조성해 당면한 전쟁의 근원을 제거할 수 있다면 군비 경쟁도 종식시킬 수 있고 평화를 공고히 해나갈 수 있다"며 평화협정 체결을 촉구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외무성은 "우리는 얼마 전 유엔총회에서 정전정협을 평화협정으로 교체할 것에 대한 공명정대한 입장을 다시금 천명했다"며 "이는 조선반도에서 현실적인 위협으로 제기되고 있는 전쟁발발의 위험을 제거하고 항구적인 평화적 환경을 마련해야 할 절박한 요구로부터 출발한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외무성은 한반도 평화 보장 방법은 두가지 뿐이라며 "하나는 핵 무력을 중추로 하는 우리의 자위적 국방력을 강화해 미국의 핵위협과 도발을 억제하는 냉전의 방법이며, 다른 하나는 미국이 대조선 적대시정책을 포기하고 평화협정 체결에 응해나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 외무성은 그러면서 "미국이 끝내 다른 길을 고집한다면 무한대한 핵 억제력이 점점 강화돼 가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북한의 이같은 주장은 한미정상회담과 한미 정상의 공동기자회견이 끝난 후 20시간 만에 나온 것이다.

▲ 박근혜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북한은 이달 초 제70차 유엔총회에서 리수용 북한 외무상을 통해 공개적으로 평화협정 체결을 제안했으며,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앞둔 지난 7일에도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같은 내용을 촉구했다.

북한이 한미정상회담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으면서 평화협정 체결만을 재차 요구했다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핵은 물론 인권까지 북한 문제를 포괄적이면서도 구체적으로 다룬 공동성명이 처음 발표됐음을 감안하면 북한의 태도는 주목할만 하다.

이에 따라 북한이 한미 정상회담 결과에 신중을 기하면서 평화협정 논의 요구를 앞세워 본격적인 대화 행보를 모색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또한 북중관계 회복이 절실한 북한이 중국의 6자회담 요구를 외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비핵화에 맞설 카드로 평화협정을 꺼내들고 의제화에 나서고 있는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이 먼저 용단을 내려야 할 문제', '북미 간 원칙적 합의' 등을 강조한 것도 북미 양자회담에 대한 속내를 거듭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북한이 회담 결과에 대해 부정적으로 입장을 정리했더라도 한반도 정세를 악화시키는 도발 행위는 자제할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신아일보] 박재연 기자 jypark@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