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추격자' 주인공 모티브 40대男 마약중독 실형 선고
영화 '추격자' 주인공 모티브 40대男 마약중독 실형 선고
  • 김가애 기자
  • 승인 2015.10.15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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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약물 의존 등에 시달려"… 法 "반성 기미 없다"

희대의 연쇄 살인마 유영철을 잡는데 기여해 영화 '추격자' 주인공의 모티브가 된 40대 남성이 상습 마약 투약으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북부지법 형사13부(이효두 부장판사)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노모(42)씨에 대해 징역 3년을 선고했다고 15일 밝혔다.

노씨는 올해 3월 중순 필로폰 8g을 구입해 4월12일 0.1g을 투약하는 등 필로폰과 대마를 수차례 투약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이전에도 마약을 투약한 혐의로 징역 1년6월의 형기를 마치고 지난해 10월말 출소한 바 있다.

보도방을 운영하는 노씨는 지난 2004년 자신의 업소에서 여성이 실종되자 경찰에 신고하고 자신도 추적에 나서 그해 7월 서울 모처에서 다른 업주들과 유영철을 잡아 경찰에 넘겼다.

노씨는 영화 '추격자'에서 연쇄살인마를 때려잡는 경찰 출신의 보도방 업주 '엄중호'의 모티브가 됐다.

13일 국민참여재판이 열린 법정에서 노씨의 변호인은 "노씨는 유영철 사건 당시 현장검증에서 끔찍한 사체를 너무 많이 본 탓에 악몽을 꾸기 시작했다"며 "지금껏 당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유영철 사건 이전에도 가끔 마약을 손을 댔지만 그 이후 완전히 중독자가 됐다"고 말했다.

2010년 또다시 마약 밀매 혐의로 구속된 그는 선처를 받을 요량을 중국 폭력조직 흑사파가 국내 조직에 엄청난 양의 마약을 건넨다는 정보도 넘겼다.

이듬해 초 검찰은 200여억원 상당의 필로폰을 밀수한 흑사파 조직과 국내 폭력조직배들을 일망타진했고 노씨에게 정착금 등 증인 보호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안전 가옥을 마련해줬다.

그러나 노씨는 안전가옥에서 나온지 한달 만에 두려움에 떨다 자살을 시도했다.

올해 초 그를 진료한 신경정신과 의사는 이날 증인으로 출석해 "노씨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약물의존증 등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처벌보다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민 배심원단은 모두 노씨에게 실형을 평결했으며 재판부는 배심원 다수 의견인 징역 3년형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노씨가 과거 살인범과 마약 조직 검거에 기여한 경력이 있고 이것이 마약 투약 범행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인정한다"면서도 "출소 5개월 만에 또 범행을 저지르고도 국가기관 탓만 하는 등 반성의 기미가 없다"고 판시했다.

 

[신아일보] 김가애 기자 gakim@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