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아시론] 짜증나는 대출 권유전화 폭증… 왜?
[신아시론] 짜증나는 대출 권유전화 폭증… 왜?
  • 신아일보
  • 승인 2015.10.05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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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수 기자

 
몇 달 전 아들과 대형할인마트에 갔다가 끔찍한 경험을 했었다.

9살배기 아들 녀석이 ‘ㅋ’로봇 장난감을 사달라고 졸라서 아빠 돈 없다고 했더니 “빌려서 사주면 되잖아”라고 거리낌 없이 말하는 것이었다.

케이블 TV 광고시장을 도배하다시피 했던 대출광고의 위력이다. 금융당국이 그런 부작용을 없애고자 TV대출광고를 규제한 지 한 달이 지난 지금 소비자들은 폭증한 대출 권유 스팸전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금융당국은 대출광고를 규제하면 마케팅 비용이 감소하기 때문에 금리인하도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이러한 정책은 대출 스팸전화의 폭증 및 개인정보의 무분별한 유통과 신용대란까지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대부업계의 관계자에 따르면 9월 들어 금융당국이 TV대출광고를 규제하면서 대부분의 업체들이 TV광고 위주에서 대출중개업체(이하 중개업체) 위주로 마케팅 방식을 전환하면서 대출중개 시장이 크게 증가했다고 한다.

TV광고나 중개업체를 통한 마케팅의 효과가 여타 다른 마케팅(인터넷, 생활정보지 등)보다 월등해서 대부분 업체들이 TV광고와 중개업체를 통한 마케팅에 주력했는데 TV광고를 규제하면서 중개업체를 통한 마케팅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거의 모든 중개업체들이 전화를 통한 마케팅으로 고객을 모집하다 보니 TV광고 규제 이 후 시민들에게 걸려오는 대출권유 전화가 늘어날 수 밖에 없는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중개업체들은 사실상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에 있기 때문에 시민들이 스팸전화에 시달려도 규제할 수 있는 길이 거의 없다.

TV광고를 규제하면서 얻은 성과는 오직 대출중개 시장의 고용창출 뿐이라는 비아냥까지 나온다.

중개업체가 가져오는 부작용은 또 있다. 개인정보의 무분별한 유통이다. 지난해 초 신용카드 3사의 개인정보 유출사태가 벌어지자 한국대부금융협회는 불법정보 사용금지 서약식을 주관하고 불법정보 유통과 매매관행 근절을 위해 포상금까지 내걸었다.

대출중개시장의 불법 개인정보 유통이 그만큼 심하다는 반증이다.

몇몇 중개업체들이 그동안 축적되었던 개인정보를 가지고 중국으로 넘어가 보이스피싱 조직과 연합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의 대출중개시장에 대한 관리감독은 초지일관 무대책이다. 마약유통조직을 방불케 하는 중개업체의 영업망을 완벽하게 관리감독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중개업체의 관리감독을 전문성이 전혀 없는 지자체에 떠 넘겨 놓고 중개업체에 대한 관리감독 실패의 책임을 면피하는 것은 금융당국의 꼼수로 비춰질 뿐이다.

일각에서는 대출중개업자에게 의존하는 대출마케팅이 지속된다면 5년 이내에 다시 한 번 신용대란이 올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중개업체들이 대형화되면서 영업의존도가 높아지게 되면 대출시장의 리스크 방어시스템이 와해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부작용들과 관련해서 한국대부금융협회의 이재선 사무국장은 “금융당국에 TV대출광고 규제가 가지고 올 여러 가지 부작용에 관해 수차례 건의를 했지만 번번이 묵살됐다”고 하소연하며 “금융당국은 대부업계가 하는 말은 모두 엄살로 치부해버린다”고 지적했다. 그냥 넘겨 버릴 얘기가 아니다.

금융당국이 금리인하 등 대부업 규제카드를 꺼낼 때마다 대부업계에서는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엄살을 피우며 규제강화에 반대해 왔다.

그러나 대부업계의 모든 주장이 엄살일 수만은 없다는 지적도 되새겨봐야 할 시점이다.

TV에서 대출광고를 쫓아내는 대신 많은 국민들이 대출광고보다 짜증나는 대출권유 전화에 몸살을 앓고 국민들의 개인정보가 범죄 집단의 손에 의해 불법 유통되는 사태는 이미 발생됐고 앞으로 더욱 커질 전망이다.

더욱이 2004년의 신용대란이 되풀이된다면 그 책임과 고통은 매번 그랬던 것처럼 서민들만 짊어져야 한다는 사실을 외면해선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