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비 공개 독촉' 충암고, 수억 원대 급식비 횡령
'급식비 공개 독촉' 충암고, 수억 원대 급식비 횡령
  • 김용만 기자
  • 승인 2015.10.04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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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육청 감사 결과 발표, 관련자 18명 검찰 고발
식자재 비용 서류 조작·용역업체 급식배송 허위 위탁 등
전 이사장 아들이 회계부정 주도… 내부 고발자 탄압까지

 
교직원이 급식비 미납 학생을 공개적으로 독촉하고 막말을해 논란이 됐던 충암고등학교가 급식비 4억여원을 횡령했다는 서울시교육청의 감사 결과가 발표됐다.

시교육청은 학교를 고발하는 한편, 학교장 등 관련자에 대한 파면을 요구할 계획이다.

서울교육청은 4일 충암중·고의 급식비 횡령 의혹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충암고 전 교장 P씨와 행정실장 L씨, 충암학원 전 이사장 L씨, 용역업체 직원 등 18명을 경찰에 횡령 혐의로 고발했다고 밝혔다.

교육청은 지난 5월부터 감사에 들어가 최근까지 급식운영 전반에 관해 강도 높은 감사를 벌여왔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충암중·고는 조리실에서 각 교실로의 급식배송을 용역업체에 위탁(4년간 계약금액 5억1779만원)한다는 명목으로 용역근무일지를 조작, 근무하지도 않은 직원들이 퇴직적립금과 4대 보험료를 낸 것처럼 속여 최소 2억5668만원을 횡령했다.

또한 충암중·고는 식자재 납품업체 직원을 학교급식 담당 직원으로 채용해 식자재 구매 관련 불법 입찰과 부당 수의계약을 체결하도록 배임했다.

구체적으론 주요 식자재 납품업체인 L상회(농산물), M유통(공산품), N마트(소모품)는 배송 용역업체와 같은 소재지의 업체로 직영급식을 위장해 편법으로 운영한 것으로 조사됐다.

납품받은 음식재료를 빼돌리고 종이컵과 수세미 등 소모품을 허위 과대 청구했다. 식용유의 경우 반복 재사용과 과대 구매 등의 방법으로 최소 1억5367만원에 달하는 식재료와 식자재비의 횡령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충암중·고교는 교육지원청의 위생평가 결과 해마다 연속 최하위에 머물고 있는데도 개선계획을 세우지 않는 등 급식을 총체적으로 부실 운영하고 있었던 것이 감사결과 드러났다.

영양관리 소홀, 지출업무 소홀, 불납결손처리 부적정 등 급식운영 전반에 대한 문제점들도 이번 감사에서 지적됐다.

시교육청은 급식 배송용역을 중지하는 등 발견된 문제점을 즉시 시정하도록 하는 한편, 학교장, 행정실장 등 관련자 18명에 대해 파면 요구 및 고발 조치하고 향후 수사결과에 따라 횡령액 전액을 회수 조치할 계획이다.

이번 급식회계 부정은 충암고 전 교장 P씨(현 충암중 교장)와 중·고교 공동 행정실장을 맡은 L씨가 주도한 것으로 조사 결과 드러났다.

특히 L씨는 충암학원 전 이사장의 아들로 충암초·중·고교 교직원들 사이에서는 '학원장'으로 불리며 막강한 권력을 휘둘러온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청은 충암학원의 전 이사장 L씨가 비리의 배후에 있다고 보고 L씨를 이번에 학교장·행정실장 등과 함께 경찰에 고발했다.

전 이사장 L씨는 2011년 학교시설 관련 회계부정에 연루돼 교육청으로부터 임원 취임 승인 취소 처분을 받았으며 딸에게 이사장 자리를 넘겨줬다.

급식회계 부정 운용으로 학교장과 행정실장 등이 빼돌린 액수는 4억1035만원에 이른다.

교육청은 P씨와 행정실장 L씨 등 2명에 대해서는 파면을, 충암고 교감 K씨 등 5명에 대해서는 경고를 주도록 학교법인에 요구했다.

충암학원은 비리 의혹을 교육청에 제기한 공익 제보자를 탄압하려 한 사실도 확인됐다.

교육청이 본격 감사에 착수하자 학교 측은 급식비리 의혹을 교육청에 제보한 교사 C씨를 내부 고발자로 지목해 파면이나 해임의 중징계를 추진하려 했다. 교육청은 이에 징계절차 중지 요청 공문을 발송하기도 했다.

교육청은 비리가 반복 적발된 충암학원에 대해 학교운영 전반에 관한 강도 높은 특별 감사를 벌일 방침이다.

시교육청은 관계자는 "이번 급식감사에서 여전히 각종 불법 행위가 있음이 확인돼 조만간 학교 운영 전반에 관한 특별감사를 실시하고 학교 운영이 정상화 될 수 있도록 특단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신아일보] 서울/김용만 기자 polk8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