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 고위 성직자 '커밍아웃'… 교황청, 종무 박탈
바티칸 고위 성직자 '커밍아웃'… 교황청, 종무 박탈
  • 이은지 기자
  • 승인 2015.10.04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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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티칸 교황청의고위 성직자인 크리스토프 올람프 카람사 신부(43)가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총회 개막을 하루 앞두고 가톨릭교회의 동성애에 대한 편견에 도전한다며 커밍아웃했다.

이혼·재혼·동성애 사목 문제를 논의할 가톨릭교회의 세계주교대의원회의(주교 시노드) 총회를 앞두고 바티칸 고위 성직자가 3일(현지시간) 자신이 동성애자(게이)임을 공개하고 나섰다.

이탈리아 언론 등에 따르면 교황청이 설립한 대학교에서 신학을 가르쳐온 크리스토프 올라프 카람사 신부(43)가 한 남성과 함께 기자들 앞에 서 '가톨릭교회의 동성애에 대한 편견에 도전한다'며 자신이 동성애자라고 공공연히 밝혔다.

카람사 신부는 "나는 동성애자다. 동성애를 혐오하는 가톨릭 교회에서 이렇게 밝히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결정이고 매우 힘든 결정이다"라며 "평생 금욕생활만 하도록 하는 것은 비인간적으로 이제 가톨릭 교회가 동성애 문제를 직시해야 할 시점"이라고 호소했다.

그는 이어 "자신이 동성애자인 사실을 공개하는 것에 따른 어떤 불이익도 감수할 것"이라며 "인생의 전부인 사제직 포기는 물론 교회가 자신을 순결의 의무를 지키지 못하고 여자도 아닌 남자에 빠져 길을 잃은 것으로 공격할 것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카람사 신부는 "모든 동성애자는 그들이 믿는 하느님의 자녀다. 교회의 자녀이고 교회 공동체의 일원이다"라고 강조했다.

카람사 신부는 17년동안 로마에 머물며 2003년부터 교황청 신앙교리성과 재로마 교황청립대학에서 임무를 수행해왔다.

카람사 신부의 커밍아웃은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총회 개막을 하루 앞두고 전격적으로 이뤄진만큼 바티칸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세계주교회의는 교황이 교회 중대사에 대한 조언을 구하기 위해 전 세계 교회의 대표 주교들을 소집하는 회의로 1년 전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톨릭 역사상 처음으로 동성애와 재혼 문제를 다뤘고 이번에도 안건으로 올린 상태다.

이에 대해 페데리코 롬바르디 바티칸 대변인은 "시노드 총회 개막을 앞두고 충격적인 일을 공개하고 나선 것은 사전에 충분하게 검토한 것으로 판단되며 이는 시노드 총회에 적절하지 않은 압력을 주려는 것"이라면서 "카람사 신부가 더는 교황청 신앙교리성과 교황청립 대학교에서의 임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밝혔다.

카람사 신부의 종무를 박탈한 교황청은 남아있는 신부 자격까지 박탈할 지 여부를 향후 계속해서 검토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은 아르헨티나 대주교 시절 동성 결혼 합법화에 적극적으로 반대한 바 있지만 교황이 된 이후에는 전임 교황들보다 동성애에 대해 훨씬 유화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동성애에 열린 자세를 보인 교황의 행보 등으로 동성애 문제가 이번 총회에서 크게 주목받겠지만 동성애를 금기시한 가톨릭의 교리가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신아일보] 이은지 기자 ej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