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은행, 분식회계로 2년간 1200억원 당기순이익 '꼼수'
수출입은행, 분식회계로 2년간 1200억원 당기순이익 '꼼수'
  • 김기룡 기자
  • 승인 2015.10.01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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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록 의원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 부실 감춰"
▲ 김영록 의원

수출입은행이 이덕훈 행장 취임 이후 주요경영지표가 갈수록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으로 부실을 숨겼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영록 의원(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은 1일 열린 한국수출입은행 국정감사에서 “수출입은행이 2013~2014년 2년 동안 분식회계나 다름없는 방법으로 1200억원이 넘는 당기순이익을 낸 것처럼 꾸며 대규모 손실을 감췄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이어 “수출입은행이 모뉴엘·경남기업·성동조선 등 대규모 부실에도 불구하고 2013년과 2014년 각각 597억원과 66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면서 “대손충당금 적립이 아닌 당기순이익에서 차감이 되지 않는 대손준비금 적립으로 대체하고 정부 등 출자기관에 대한 무배당으로 실현된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이 수출입은행 감사보고서와 금융감독원 금융정보시스템에서 제공하는 수출입은행의 손익계산서 등을 분석한 결과, 대손충당금 적립잔액이 약 4000억원이 감소되면서 고정이하 대손충당금 비율은 2012년 대비 1/5 가량 대폭 축소됐다.

반면 대손준비금은 2013년과 2014년 각각 909억6000만원과 576억4000만원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 김 의원의 주장이다

김 의원은 “부실대출이 증가하면서 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대손충당금을 충분히 쌓아야 하는데도 예전에는 없었던 대손준비금 1486억원 적립으로 대체하면서 수출입은행이 손실은 줄이고 실적은 부풀리는 사실상 분식회계를 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수출입은행이 2013년도에 정부 등 출자기관에 대한 무배당을 결정하면서 그 사유를 ‘대손준비금 적립을 위한 내부유보 필요성’이라고 밝혔다”며 “다시 말하면 2013년도 수은의 당기순이익 597억원은 영업을 잘해서 남긴 이익이 아니라 무배당과 대손충당금 적립 축소에 따른 착시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대손준비금은 회계목적상 충당금(대손충당금)이 감독목적상 충당금에 미달하는 경우 은행이 그 차액을 이익잉여금 중 별도 준비금으로 적립한 것을 말한다.

한국수출입은행은 2012년까지 감독목적상 충당금 이상으로 대손충당금 적립했기 때문에 그동안 대손준비금 적립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2013년부터 고정이하 부실 여신이 증가하자 대손충당금 줄이는 대신 대손준비금을 대폭 늘리면서 마치 외형상으로만 보면 2년에 걸쳐 1200억원이 넘는 당기순이익을 낸 것처럼 보인다는 게 김 의원의 설명이다.

김 의원은 “대손준비금과 무배당을 감안하면 수출입은행의 2년간 당기순손실은 최소 221억원에서 최대 371억원에 이른다. 결과적으로 수출입은행이 1486억원에서 1636억원의 실적 부풀리기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상 최악의 경영지표 악화와 대규모 부실에도 수은이 당기순이익을 낼 수 있었던 비결이 수은의 영업력이 아니라 바로 회계 꼼수에 있었는데 이에 대한 정보 제공을 국회 업무보고에서 조차 누락한 것은 고의성이 있다”며 “수은은 앞으로 이러한 주요 재무지표에 대해서 투명하게 공개하고, 공공기관 평가에도 반영해 이러한 일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아일보] 김기룡 기자 press@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