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아바나 도착…쿠바·미국 순방 시작
프란치스코 교황 아바나 도착…쿠바·미국 순방 시작
  • 이은지 기자
  • 승인 2015.09.20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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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미국, 전세계 화해의 모델"… 양국 간 신속한 관계정상화 촉구
▲ 열흘간의 쿠바·미국 순방에 나선 프란치스코 교황이 19일(현지시간) 첫 방문지인 쿠바의 아바나 공항에 도착, 비행기 트랩을 내려서는 동안 그의 모자가 바람에 날리고 있다.ⓒAP=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19일(현지시간) 쿠바 아바나에 도착해 열흘간의 쿠바·미국 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오후 호세 마르티 국제공항에서 열린 환역식에서 "미국과 쿠바 간의 관계 회복은 전 세계 화해의 모델"이라면서 "양국 정치지도자들은 자국 국민, 그리고 모든 미 대륙인들의 평화와 안위(well being)를 위해 꾸준히 이 길(관계 회복)을 추진해나가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이날 연설에서 "우리는 지난 수 개월동안 희망으로 가득찬 사건, 쿠바와 미국이 소원했던 세월을 넘어 관계 정상화를 이루는 과정을 지켜봐왔다"면서 양국 지도자들이 정치적, 경제적 관계 정상화를 위해 보다 노력해줄 것을 촉구했다.

또 교황은 "쿠바 (가톨릭)교회가 자유롭게 희망과 배려로 쿠바 국민들을 지원하고 격려할 수있어야 한다"는 말로 쿠바 정부가 가톨릭 교회의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해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반정부 인사들에 대한 탄압, 교도소에 수감된 정치범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다양한 이유로 (이번 방문길에서) 만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도 축복을 보낸다"고 말했다.

▲ 프란치스코 교황이 19일(현지시간) 첫 방문지인 쿠바의 아바나 국제공항에 도착,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의 영접을 받으며 환영식장으로 이동하고 있다.ⓒAP=연합뉴스
라틴아메리카 출신 첫 교황인 프란치스코 교황은 쿠바와 미국의 역사적인 화해 과정에서 양국 정상에 서한을 보내고, 양국 대표단을 바티칸으로 초청해 외교관계 정상화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등 막후에서 중재자 역할을 했다.

이날 프란치스코 교황을 보러 수천 명의 아바나 시민들은 공항에 모여 "프란치스코, 형제여, 당신은 이제 쿠바인이다"라고 외치며 열렬히 환영했다.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도 직접 공항에 나가 교황을 영접하면서 쿠바와 미국 사이의 관계 회복을 도와준 데 대해 감사의 뜻을 전했다.

4일간 쿠바를 방문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쿠바 방문 기간에 쿠바인들과 연대의 뜻을 보여 주고, 또 히스패닉계가 미국 가톨릭 교회의 기반이라는 메시지를 발표할 예정이다.

특히 교황은 20일 수도 아바나 혁명광장에서 미사를 집전하며 피델 카스트로 전 국가평의회 의장을 만날 예정이다.

미국의 보수층을 중심으로 프란치스코 교황이 카스트로 형제의 독재 정치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지만, 그런 정치적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언급할지는 불투명하다.

교황은 이번 방문기간동안 올긴과 산티아고도 방문해 신자들과 만난다.

소외되고 탄압받는 이들에 대해 특별한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있는 교황이 이번 쿠바 방문 기간동안 정치범, 반정부 인사들을 만날 것인지도 관심사이다.

교황청은 반정부 인사들과 교황이 만날 계획은 없다고 밝혔지만 막판에 전격 성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번 쿠바 방문은 역대 교황 중 세 번째다. 요한 바오로 2세가 1998년 1월 피델 카스트로 당시 국가평의회 의장의 초청으로 처음 방문했고, 2013년 3월 베네딕토 16세가 두 번째로 방문했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은 나흘간의 쿠바 방문을 마치고 미국으로 건너가 미 의회에서 연설을 하는 첫 교황이 될 예정이다.

23일에는 백악관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만나며, 24일에는 역사적인 상하원 합동연설을 하고, 25일에는 유엔 총회에서 연설할 예정이다.
 

[신아일보] 이은지 기자 ej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