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불교 선구자’ 만공 스님 항일 행적 조명한다
‘선불교 선구자’ 만공 스님 항일 행적 조명한다
  • 박재연 기자
  • 승인 2015.09.16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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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만공대선사 학술대회’ 20일 수덕사서 개최
 

만공 스님(1871~1946)은 구한말 선불교의 전통을 중흥시킨 경허 스님의 뒤를 이어 정통 선을 선양하고 수많은 후학을 길러낸 선불교의 선구자다.

스님은 선학원 설립을 통해 조선불교의 정통성과 자주성을 찾고자 했고 조선총독에게 불호령을 내리는가 하면 끝까지 창씨개명을 하지 않았고 조선독립을 위해 천일기도를 봉행했다.

경허·만공선양회(회장 옹산 스님)와 덕숭총림 수덕사(주지 정묵 스님)는 그동안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만공 스님의 항일 행적을 조명하는 학술대회를 오는 20일 충남 예산 덕숭총림 수덕사에서 개최한다.

수연 스님(견성암)은 미리 배포된 자료집에서 만공스님의 시봉이었던 원담 스님으로부터 들은 말을 인용해 “만공 스님이 서울에 올라갈 때마다 한밤중에 삼청공원에서 한용운 스님을 은밀히 만나 독립자금이 든 봉투를 전달했다”는 새로운 증언을 소개했다.

또 “간월암에서 했던 천일기도는 대외적으로 평화 기원을 표방한 것이었지만 실제로는 독립을 기원하는 불공이었다”며 “우리도 우리 고장의 자랑인 유관순 열사나 윤봉길 의사 같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법문을 하실 때 나는 숨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하고 경청했다”고 회고했다.

김광식 동국대 특임교수는 ‘만공의 정신사와 총독부에서의 선기발로 사건’이라는 발제문에서 1937년 일본 총독 미나미의 주재 하에 조선불교 진흥책을 논의하기 위해 조선총독부에서 열린 31본산 주지 회의에서 만공 스님이 한 발언 전문을 소개했다.

만공 스님은 일본불교와 조선불교를 합해야 한다는 미나미의 주장에 대해 “전 총독 테라우치야 말로 조선 불교를 망친 사람이다… 조선 중들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은 역대 총독들은 모두 무간지옥에 떨어져 고생을 하고 있을 것이오”라고 불호령을 내렸다.

김 교수는 “만공 스님의 발언은 한국 불교의 모순이 일제 식민지 불교정책에서 기인했음을 단언한 것이었다”며 “이런 전제에서 만공은 불교 운용의 자주, 자립을 하겠다는 기개를 보여주었다”고 평가했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이외에도 이은윤 금강불교신문 사장 겸 주필, 황손 이석 씨, 이재헌 금강삼종대 교수 등의 발제가 있을 예정이며 주경 스님(불교신문사 사장), 고영섭 동국대 교수, 홍현지 동국대 철학박사 등이 토론에 참여한다.

덕숭총림은 이번 학술대회를 계기로 만공 스님의 항일 독립운동을 널리 알리기 위해 정부 당국에 독립유공자 신청을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