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관문 통과한 노동개혁…입법 과정서 '격돌 예고'
첫 관문 통과한 노동개혁…입법 과정서 '격돌 예고'
  • 온라인뉴스팀
  • 승인 2015.09.14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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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당정협의 거쳐 모레 근로기준법 등 5개 법안발의
野, "고용의 질 하향 평준화…노동자 입장서 검증"
환노위, 여야동수·'野위원장'…與, 일부교체 전력보강

▲ 12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노사정위 대회의실에서 재개된 노사정위원회 4인 대표자회의에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오른쪽 위부터 시계방향),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이 참석해 있다.ⓒ연합뉴스
노사정위원회에서 잠정합의된 노동개혁안이 14일 오후 한국노총에서 최종 추인되면 이번 대타협을 법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국회 차원의 입법 절차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노·사·정 3자가 노동개혁안에 대해 큰 틀에서 의견을 모았음에도 불구하고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이 입증하듯 입법과정에서 세부내용을 둘러싸고 노사의 입장이 재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벌써부터 야당은 파견 규제 및 기간제 사용규제의 완화를 비롯해 일반해고 및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등 노동개혁 주요내용에 대해 반대입장을 밝히고 있어 입법과정에서의 험로를 예고하고 있다.

◇새누리, 입법절차 본격화

여당인 새누리당은 일단 이번 노사정 대타협을 토대로 입법을 위한 준비에 곧바로 착수했다.

새누리당은 14일 오전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및 관계부처 실무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당정협의를 열고 전날 타결된 노동개혁 합의안에 대해 보고를 듣고 향후 입법 절차 등에 대해 조율했다.

당정협의에서 새누리당은 오는 16일 노동개혁 관련 법안 내용을 소속 의원들에게 설명하기 위한 정책 의원총회를 개최한 뒤, 이번 합의안을 반영해 소속 의원 전원의 이름으로 노동개혁 관련 법안을 사실상 당론으로 발의하기로 했다.

새누리당 노동시장선진화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이인제 최고위원은 이날 당정협의 직후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이제 여야가 대타협을 통해 반드시 5대 개혁 입법을 아주 성공적으로 완결해야 한다"며 "정부가 열심히 준비해온 개혁 법안 내용을 오늘 접수했고, 당론 확정 과정을 거쳐 당의 이름으로 발의를 하겠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의 이같은 노동개혁 드라이브는 이번 정기국회 안에 노동개혁 입법작업을 완료함으로써,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혁에 집권 여당이 총력을 다해 힘을 싣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분석된다.

반면에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노사정 대타협에 대해 "정부의 '쉬운 해고'안을 사실상 수용한 것"이라며 입법과정에 노동자의 입장에서 철저히 검증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국민 삶의 안정과 고용의 질을 '상향평준화'가 아니라 '하향평준화'한다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며 "국민과 미래세대 삶의 질과 고용의 안정성에 대한 노동시장 전반에 대한 문제이자 사회적 불평등과 서민경제 민생정책의 핵심의제인만큼, 추가논의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또 "입법절차가 남아 있어 이제 시작이다. 우리 당은 쉬운 해고를 통한 고용불안 정책이 아니라 일자리를 만드는 노동정책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입법 과정서 여야 세부내용 격돌 예고

새누리당이 발의할 노동개혁 관련 법안은 근로기준법, 파견근로자보호법, 기간제법, 고용보험법, 산재보험법 등 총 5개다.

이중 고용보험법은 실업급여 보장성 강화, 산재보험법은 출·퇴근 재해의 업무상 재해 인정이 핵심인 만큼 노동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뤄지는 것이어서 법제화 과정에 큰 진통은 없을 걸로 보인다.

하지만 여야 간 쟁점이 예상되는 부분은 그 나머지 법안들이다.

먼저 근로기준법은 근로시간을 단축하고 통상임금 범위를 명료화하는 방향으로 손질될 것으로 보인다.

통상임금은 연장근로수당 산정의 기준이 되기 때문에 개념과 범위를 명료화하는 게 중요하다. 근로시간 단축은 주 5일 근무제도 도입에도 공휴일 근무가 빈번하게 이뤄지는 현실을 개선하면서, 중소 사업장을 중심으로 한 인력 운용이나 급여 지급의 어려움을 최소화하는 게 핵심이다.

그밖에 파견법은 파견규제 완화와 파견·도급 기준의 명확화, 기간제법은 기간제 사용규제 완화 등이 관건이다.

새누리당 노동특위 간사인 이완영 의원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한 최장 52시간으로의) 근로시간 단축은 노사정 합의사항이고, 주당 플러스 8시간(특별연장근로)도 합의사항"이라며 "야당의 의견은 좀 다르지만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협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환노위 야당 측 간사인 이인영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우리당이 가져온 원칙들, 비정규직 기간제 규제 완화와 파견업종 전업종 확대는 안된다는 것, 통상임금 지급에서도 근로자에 불리한 변경은 안된다는 등의 기준을 갖고 관련 입법안 심의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의원은 "근로자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취업규칙을 바꿀 경우 근로자 동의를 받아야한다는 근로기준법 94조에 위반되는 내용은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환노위, 野 동의 없으면 법안처리 '불가' 구도

노동개혁 문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는 가운데 세부 내용을 놓고 여야간 입장차가 드러나고 있어 법안 심사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환노위는 새정치연합 소속인 김영주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데다가 16명 가운데 여당이 8명, 야당이 8명 여야 동수로 구성돼 있어 국회선진화법이 없더라도 야당이 반대하면 법안처리가 불가능한 구조다.

또 야당 위원 중에는 노동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김영주 위원장이 전국금융노조 부위원장 출신인 것을 비롯해 간사인 이인영 의원, 우원식 은수미 한정애 의원 등은 정치권에서 노동문제에 정통한 인사들로 꼽힌다. 뿐만아니라 정치권에 들어온 '노동운동의 대모'격인 정의당 심상정 대표도 포진해 있다.

반면에 여당인 새누리당에선 그동안 환노위가 '기피 상임위' 중 한 곳이었다는 점에서 야당에 비해 전력이 떨어진다는 게 객관적인 평가다.

뿐만아니라 성완종 전 경남기업회장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이 진행중이어서 의정활동을 정상적으로 하지 못하고 있는 이완구 전 총리도 환노위에 속해 있어 수적으로도 열세나 마찬가지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은 위원 2~3명을 사임시키고 이완영 의원을 비롯해 노동 관련 전문가 2∼3명을 환노위에 투입해 '전력'을 보강한다는 계획이다.

[신아일보] 온라인뉴스팀 web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