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건강 위한 담뱃값 인상, 세수 증대 효과만
[사설] 국민건강 위한 담뱃값 인상, 세수 증대 효과만
  • 신아일보
  • 승인 2015.09.09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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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프로그램 마련 의지 보여줘야
담뱃갑 경고그림도 단계적 강화 필요

정부가 국민 건강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담뱃값을 대폭 인상했지만 인상 7개월 만에 담배 판매량이 예년 수준으로 되돌아 섰다. 결국 세수만 늘린 꼴이 돼버렸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윤호중 의원이 국정감사를 앞두고 한국담배협회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토대로 담배 판매량를 조사한 결과 지난 7월 담배 판매량은 3억5000만갑으로 최근 3년 월평균 판매량 3억6200만갑에 근접했다.

월별 담배 판매량은 담뱃값 인상을 앞둔 지난해 12월 3억9000만갑에서 담뱃값이 인상된 올해 1월 1억7000만갑으로 절반 넘게 줄었으나 다시 3월에는 2억4000만갑, 5월 2억7000만갑으로 점증하더니 예년 수준을 회복한 것으로 드러났다.

담뱃값 인상을 추진할 당시 정부는 올해 담배 소비량이 34%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지만, 판매량이 늘면서 지난 1월 48% 급감했던 소비량은 7월에는 14%로 감소폭이 크게 줄었다.

담뱃값 인상으로 정부의 세금 수입은 늘었지만, 금연효과는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담뱃값 인상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걷힌 세금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1조2100억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추세라면 늘어나는 세수는 올해 총 3조59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누구를 위한 담뱃값 인상이었는지 궁금하다. 대국민 사기극이라는 막말까지 나올 정도다.

정부는 담뱃값 인상에 대해 ‘증세’가 아닌 ‘건강증진’ 목적이라고 강조했지만, 결국 흡연자의 경제적 부담만 가중시켰다는 비난을 받게 됐다. 지난해 세수 결손의 상당 부분을 담뱃값 인상으로 메운 것이 됐다.

지난해 이맘 때쯤 담뱃값을 2000원 인상 한다는 발표를 했고 올해 1월1일 시행되기 전 담배사재기, 도둑 등 다양한 부작용과 혼란을 야기시키면서 까지 밀어붙였을 당시 국민건강을 위해 담뱃값을 올린다는 발상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정부에서 가격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세수 확보에 아주 중요한 품목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4000원 이상으로 오른 담뱃값이 다시 내려갈 일은 없겠지만, 진정으로 국민들의 건강을 걱정한다면 조금은 달라진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국민들이 담배를 찾는 횟수를 조금이나마 줄여줄 수 있는 그런 정책들을 내놔야 한다. 전문가들은 금연 효과를 보려면 비가격 정책도 병행해 실시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지난 5월 국회에서 흡연 억제와 금연 유도를 위해 담뱃갑 경고그림·문구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이 처리됐지만 ‘지나치게 혐오감을 주지 않으며 경고그림은 30%만으로 제한한다’란 문구로 오히려 논란을 증폭시켰다.

경고그림의 의미가 퇴색된 모양새다. 세수를 의식해 금연정책에 정부 뿐 아니라 정치권도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질타를 받을만 하다.

지난 2001년 세계 최초로 담뱃갑에 경고그림을 도입한 캐나다는 24%에 달했던 흡연률이 2006년에는 18%로 떨어졌고, 브라질도 경고그림을 도입한 후 31% 흡연률에서 22.4%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 것을 보면 더 큰 금연 효과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담뱃갑 경고 그림을 호주 만큼 강하게는 못하더라도 단계적으로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최근 청소년 흡연율은 소폭 감소하고 있으나 여전히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청소년 인구의 약 47만 정도가 담배를 피우고 있다고 한다. 청소년 흡연은 결국 성인의 흡연까지 연계된다. 청소년들을 위한 금연 교육에도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이다.

특히 정부의 담뱃값 인상 정책이 꼼수라고 느껴져서야 되겠는가. 이런 상황이라면 앞으로도 “세금 더 많이 걷으려고 담뱃값 인상한 거 아니냐”는 의혹만 커질 뿐이다.

담배는 건강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백해무익한 것이라는 사실은 이제 상식이 됐다.

진정 국민 건강을 생각한다면 다양한 금연 프로그램을 마련해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그래서 국민 흡연율이 하락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듣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