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빚 50조원↑…국가채무비율 첫 40% 돌파
나랏빚 50조원↑…국가채무비율 첫 40% 돌파
  • 온라인뉴스팀
  • 승인 2015.09.08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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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건전성 훼손 않는 범위에서 재정 역할 강화"

 8일 확정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는 건전성이 다소 훼손되는 것을 무릅쓰면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국가재정을 확장적으로 운용하겠다는 정책 당국의 의지가 반영됐다.

영향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내년에 처음으로 40%대를 넘어서 사상 최고치가 될 전망이다.

정부는 국가채무비율을 '30%대 중반 수준'에서 관리하겠다고 했다가 1년 만에 '40%대 초반 수준'으로 목표를 수정했다.

경기 부양을 위해 돈을 풀었는데 여러가지 변수로 애초 기대했던 만큼 경기가 살아나지 않아 생긴 일이다.

◇ 나랏빚 내년에 50조원 늘어난다

정부가 8일 공개한 2016년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 국가채무는 645조2천억원으로 올해(595조1천억원)보다 50조1천억원 증가한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기 직전인 2012년 말 443조1천억원이던 나랏빚이 4년 만에 202조1천억원 늘어나는 셈이다.

현 정부 임기가 끝나는 2017년엔 국가채무가 692조9천억원으로 5년간 249조8천억원 늘어날 전망이다.

내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0.1%로 올라간다. 정부가 지난해 예상한 35.7%보다 4.4%포인트 높아졌다.

국가채무가 점차 쌓이면서 이 비율은 2017년 41.0%, 2018년 41.1%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정부의 재정 상황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내년에 37조원 적자(GDP 대비 -2.3%)가 나게 된다. 이런 적자 규모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43조3천억원) 이후 7년 만에 가장 많은 것이다.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총지출-총수입)에서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 기금 흑자를 뺀 실질적인 재정건전성 지표다.

정부는 2년 전 세운 '2013∼201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2017년 관리재정수지를 GDP 대비 -0.4%로 줄여 사실상 균형 재정을 이루겠다고 했었다. 재정적자 비율이 ±0.5% 이내이면 균형 재정 수준으로 본다.

하지만 지난해 계획에선 2017년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을 -1.3%로 수정했고 올해는 -2.0%로 또 뒷걸음질쳤다.

◇ 경기 띄우면서 재정 건전성 높이는 게 숙제

한국 경제는 수출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국가채무 등 재정 건전성 관련 지표는 신인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

무디스, 피치 등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한국의 신용등급을 일본보다 높게 주면서 탄탄한 재정 건전성, 대외 건전성을 이유로 꼽아왔다. 일본의 국가채무비율은 올해 예상치가 229.2%로 한국보다 훨씬 높다.

경제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해온 재정 건전성이 급격히 나빠진 것은 정부가 올해 '슈퍼 예산'에 더해 추가경정예산까지 편성하며 경기 살리기에 나섰는데도 의도한 만큼 경기가 좋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출 규모가 본예산 기준으로 20조원 증가한 올해 예산은 국가채무가 감당할만한 수준일 때 정부가 던진 승부수로 풀이됐다. 추경까지 포함하면 28조9천억원 늘어난 규모다.

균형 재정과 경기 부양의 갈림길에 서 있던 정부는 경기 부양으로 방향을 확실히 틀면서 올해 3%대 성장률을 달성하겠다고 했다.

단기적으로 재정 건전성 악화와 국가부채 급증 부담을 안고서라도 재정을 확대해 '경제 활성화→세수 증가→재정 건전성 개선'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의도였다.

그러나 선순환을 위한 첫 번째 단추인 '경제 활성화'가 제대로 끼워지지 않았다. 중국 등 신흥국 성장 둔화로 세계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저조해 수출이 부진한데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내수까지 타격을 받았다.

정부의 부동산 활성화 정책이 국가채무 측면에서는 일종의 '부메랑'이 됐다. 부동산 거래가 증가하면서 발행된 국민주택채권이 나랏빚을 더 불렸다.

결국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 경기 살리기를 위해 세출을 늘리면서 재정 건전성도 높여야 하는 상충된 목표를 담을 수밖에 없게 됐다.

◇ "국가채무 급속 증가 우려…증세 논의할 때"

정부는 40% 초반대 국가부채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치인 114.6%(올해 전망치 기준)와 비교하면 크게 걱정할 상황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OECD 국가들의 국가부채비율 평균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 73.5%에서 올해 114.6%로 41.1%포인트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한국은 28.7%에서 38.5%로 9.8%포인트 늘었다.

방문규 기재부 2차관은 "OECD 국가들은 지난 7년간 극도로 확장적으로 재정을 운용해 왔다"며 "전 세계가 확장 재정으로 자국 경기를 지탱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만 재정 건전성을 고려해 적자를 내지 않겠다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방 차관은 "재정건전성 측면에서는 (한국이) 세계 1위라는 것을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인정하고 있다"면서 "재정건전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경제 살리기를 위한 재정의 역할을 강화했다"고 덧붙였다.

경제 전문가들도 40%대 국가부채비율이 독일(78.7%), 미국(111.4%), 프랑스(121.9%) 등 다른 나라와 비교해선 양호한 수준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문제는 국가부채의 증가 속도다.

박창균 중앙대 교수는 "현재 재정 건전성이 위험한 상황은 아니지만 앞으로 위험해질 가능성은 매우 높다"며 "2017년부터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가운데 고령화로 복지 수요는 엄청나게 늘어나게 된다"고 말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 예상보다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면 국가채무가 급속히 늘어날 우려가 있다"며 "정부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3.3%로 낮춰 잡았지만 3%대 성장을 달성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해 증세를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때라는 의견도 나온다.

이영 한양대 교수는 "재정 건전성 우려를 타개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경제에 큰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증세를 하는 것"이라며 "이제 증세를 논의해야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신아일보] 온라인뉴스팀 web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