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환자 돌보는 영산대 최숙희 교수
조현병 환자 돌보는 영산대 최숙희 교수
  • 김삼태 기자
  • 승인 2015.09.08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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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권 최초 돌봄시설 운영하며 사회복귀 도와
 

부산의 한 대학교수가 사비로 조현병(정신분열증) 환자들을 돌보는 시설을 운영하며 사회복귀와 자립을 돕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7일 제16회 사회복지의 날을 맞아 사회복지 유공자로 국무총리 표창을 받는 영산대 간호학과장인 최숙희(52·여) 교수는 2008년부터 남구에서 ‘행복한 집’을 운영하며 조현병을 앓은 여성 10명을 돌보고 있다.

행복한 집은 부산, 울산, 경남권역에서 처음 생긴 여성 조현병 환자 돌봄시설이다.

최 교수는 행복한 집을 마련하기 위해 사비를 들여 주택을 전세로 빌리고 환자들이 생활하는 데 필요한 집기류를 들였다.

그는 “정확한 액수를 밝히기 뭐하다”면서 “수천만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곳에서는 병원에서 일정기간 치료를 받고 퇴원한 사람들이 직원 2명의 도움을 받으며 생활한다.

시설 운영비와 인건비를 부산시로부터 지원받고 있지만 그밖에도 돈들 곳이 적지 않은데 몇몇 지인의 후원만으로는 감당하지 못해 최 교수가 자신의 지갑을 털어 충당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그가 행복한 집 운영을 위해 들인 사비는 1억원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조현병은 치료를 받으면 많이 좋아지지만 퇴원 후에 환자들이 갈 곳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 문제다. 가족이 집에서 돌보는 것은 너무 힘들다”며 “그래서 누군가 이들을 돌봐 줘야 한다고 생각해 이 일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병의 특성상 증상이 좋아진 후에도 계속 약을 먹어야 하고 누군가 곁에서 돌봐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 교수가 조현병 환자에 관심을 가진 것은 대학병원 정신과병동에서 근무하면서부터다. 1984년 복음병원에서 간호사 생활을 시작한 그는 1986년 정신과병동이 생기자 자원해서 근무하며 환자들이 겪는 고통과 사회적 편견을 함께 니눴다.

특히 입원치료를 마치고 퇴원한 환자들이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재발해 다시 입원하는 일을 반복하는 것을 보고는 자신이 그들을 직접 돌보기로 결심했다. 막상 시작했지만 어려움이 한둘이 하니었다.

환자들을 돌볼 집을 구해야 했지만 도움받을 데가 없어 결국 자기 호주머니를 열어 단독주택을 빌리고 각종 집기를 마련해야 했다.

사회의 편견도 그를 힘들게 한다. 그 때문에 시설에 간판도 걸지 못하고 있다.

“행복한 집에서 생활하는 여성들은 낮에는 자유롭게 재활치료를 받으러가거나 직장에도 나간다”고 말한 그는 “주변에 아무런 피해를 주지 않는데도 막연한 편견 때문에 공개적으로 운영하지 못해 후원을 제대로 받을 수 없는 등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행복한 집에 입소한 여성들은 3∼5년간 생활하다가 홀로서기에 도전하는데 몇명은 실패해서 되돌아왔고 2명은 혼자서 생활하면서 최 교수의 도움을 받고 있다.

사회의 편견, 재정적 어려움 등으로 포기하고 싶은 때도 적지 않았다고 털어놓은 그는 “현재 시설이 있는 지역이 재개발될 예정이어서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해 물색하고 있지만 마땅한 장소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행복한 집에서 생활하는 여성들이 독립해 사회에 복귀하는 중간과정으로 ‘공동 생활 가정’(그룹홈)을 마련하고 싶다”며 “행복한 집이 이름처럼 조현병 환자들이 행복을 이루고 되찾는 장소가 되도록 주변에서 많은 관심을 기울여 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그는 지난해 3월부터 영산대 교수로 강단에 서서 예비 간호사들을 길러내는 데 애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