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으로 생기는 약자의 피해 공론화해야”
“전쟁으로 생기는 약자의 피해 공론화해야”
  • 신혜영 기자
  • 승인 2015.09.07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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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홍 작가 ‘군 위안부 사진전’… “한국만의 문제 아냐”
 

한국, 중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동티모르 등 5개국에서 찍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사진 전시회를 연 안세홍 사진작가(44) 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아시아 전체, 국제사회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4일 도쿄에서 인터뷰에 응하며 “이번 전시회를 통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결코 한국과 일본의 감정 문제가 아니며 단순히 역사문제를 넘어선 차원의 이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안 작가는 “인도네시아나 필리핀의 피해자는 존재조차 잘 인식되고 있지 못하며 제대로 돌봄을 받고 있지 못하다”고 실태를 지적했다.

그는 이들 나라가 일본 정부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에 국가 차원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해서 언급하고 있지 않고 관련 운동을 하는 시민단체마저 활성화하지 못했다고 원인을 분석했다.

그는 이 지역의 피해자는 이웃으로부터 손가락질을 받고 무시당하거나 결혼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며 국가마저 외면해 지금도 2차 피해를 겪고 있다고 심각성을 설명했다.

안 작가는 이번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45명의 사진을 전시하며 ‘아시아의 일본군 성 노예 피해 여성들’이라는 부제목을 달았다.

그는 위안부 대신 성 노예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에 대해 “실제로 피해자를 만나 이야기를 들으면 ‘위안부’는 가해자의 입장에 선 표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며 피해자가 “위안을 주러 간 것이 아니므로 성 노예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안 작가는 이번 전시회를 위해 피해자를 수소문하며 1년간 준비를 했으며 현지에서는 사진 촬영에 앞서 피해자의 이야기를 듣고 신뢰를 쌓는 등 4개월가량을 보냈다.

그는 일본 정부가 ‘정부가 발견한 자료에는 군, 관헌에 의한 강제연행을 직접 보여주는 것과 같은 기술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견해를 밝혀 강제연행 여부 논란을 일으키는 것이 본말을 호도하고 문제를 감정적인 사안으로 몰고 가는 행위라고 평가했다.

안 작가는 “(모집 과정의) 강제성에 너무 초점을 맞추는 것 같다. 강제로 끌려갔다거나 속아서 갔다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더 중요한 것은 현지(위안소)에서 여성들이 그런 일(인권 유린)을 당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전을 피해 가족과 배를 탄 세 살배기가 최근 터키 해안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참사처럼 일본군 위안부 문제도 전쟁 때문에 약자가 이유없이 당하는 사건이라며 “전쟁으로 생기는 약자의 피해를 공론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자신이 일본군 위안부 사진을 찍고 일본에서 전시회를 하는 것은 무관심한 일본인을 일깨워 관련 운동을 하는 단체를 지지하는 토대를 만들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 작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공동생활 시설인 ‘나눔의 집’에서 봉사활동을 한 것을 계기로 1998년부터 위안부 피해자 사진을 찍고 있다.

그는 2012년 일본 카메라업체 니콘이 운영하는 도쿄와 오사카 전시장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사진전을 추진했다.

그러나 니콘이 행사가 임박한 시점에 일방적으로 장소 제공을 거부했고 안 작가는 법원에 가처분 신청까지 제기해 우여곡절 끝에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