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회 맞은 '그것이 알고싶다'가 달려온 길
1000회 맞은 '그것이 알고싶다'가 달려온 길
  • 온라인뉴스팀
  • 승인 2015.09.03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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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TV 시사고발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이하 ‘그알’)가 5일로 방송 1000회를 맞는다. 1992년 방송을 시작한 지 23년 만이다. 사건 개요를 단순히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이면에 숨겨진 이야기를 대화하듯이 전하는 방식의 이 프로그램은 방송 초반부터 많은 화제를 모았다. “그런데 말입니다”라는 대사를 신호로 나타나는 사건의 반전은 시청자로 하여금 TV에서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지난 1일 열린 방송 1000회 기념 간담회에서 진행자인 배우 김상중은 “이 프로그램이 알고자 하는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것”이라고 말했다.

해결되지 않는 범죄, 이해할 수 없는 사회의 부조리가 이슈로 떠오를 때마다 “‘그것이 알고 싶다’에 제보하자”는 목소리가 나올 만큼 시청자의 신뢰를 얻고 있는 ‘그알’이 그만큼 성역 없이 이 사회의 부조리를 파헤치고자 한다는 방증이다.

◇ ‘우리 사회의 모든 것’, 그것을 알고 싶다

미스터리 다큐멘터리를 표방하며 시작한 ‘그것이 알고 싶다’는 강력범죄 사건부터 감춰진 역사, 사회의 부조리, 인권 등 우리 사회 구석구석의 문제를 다뤄왔다.

최근의 ‘세 모자 성폭행 사건의 진실-누가 그들을 폭로자로 만드나’, ‘위기의 세 모자-그들은 왜 거짓 폭로극에 동참하나?’ 연작은 한동안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세 모자 사건’을 다뤘다.

40대 여성이 남편과 시아버지를 포함한 여러 사람에게 자신과 10대 아들 2명이 지속적으로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된 논란은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채 일파만파 퍼져나갔고, 결국 ‘그알’의 취재결과 이들이 한 무속인의 지시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나서야 정리가 됐다.

SBS에 따르면 ‘세 모자 성폭행 사건의 진실’은 11.1%(닐슨코리아, 수도권 기준)의 시청률로 올해 ‘그것이 알고 싶다’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시청률 기록이 남아있는 2008년 이후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방송분은 2008년 4월 방송된 ‘인간의 조건2 자신만을 믿은 죄-해외고려장’(17.2%)이었다.

이 외에도 ‘UFO는 오고 있는가’(2011년 1월, 16.8%), 한 남성이 지적장애인을 착취한 사건을 다룬 ‘사냥꾼과 두 여인’(2012년 6월, 15.4%), 부랑인을 돌본다는 미명아래 인권유린이 벌어져 온 형제복지원 사건을 다룬 ‘홀로코스트, 그리고 27년-형제복지원의 진실’(2014년 3월, 11.7%) 등이 큰 화제를 모았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장준하 선생 의문사 사건부터 고 김선일씨 피랍살해사건, 최근의 세월호 사건까지 사회의 굵직한 사건은 물론 연쇄살인범 강호순 등 강력범죄, 미혼모의 삶 등 우리 사회 곳곳의 작은 문제도 놓치지 않고 다뤄왔다.

그 덕에 올해 언론인권상 특별상을 수상한 것을 비롯해 지난해에는 제7회 노근리평화상 방송부문 수상, 제50회 백상예술대상 교양부문 작품상을 받았다. 2009년에는 국제앰네스티 언론상을 받기도 했다.

◇ ‘진실을 이야기하는 스토리텔러’ 진행자 면면

‘그알’의 진행자는 단순히 프로그램의 진행을 돕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 프로그램의 진행을 맡았던 배우들이 ‘소셜테이너’의 이미지를 얻을 정도로 사회적 영향력을 얻어왔다.

1대 진행자는 배우 문성근. 그는 1992년 3월 31일 첫 방송부터 이듬해 12월까지 진행을 맡았다.

연기자로서는 드물게 시사 프로그램의 진행을 맡았던 문성근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배우이기 때문에 걸으며 대사를 하거나 동작을 하는 데 있어 조금 더 자연스러웠고 발성이 달라 시청자의 눈길을 잡을 수 있었던 것 같다”며 “보통보다 조금 더 높은 톤에 움직임이 많은 ‘그것이 알고 싶다’만의 진행 방식이 이때 시작됐다”고 회고했다.

이후 진행을 맡았던 박원홍 전 국회의원(1994년 1월∼1995년 9월), 오세훈 전 서울시장(1996년 10월∼1997년 9월)은 이 프로그램으로 얼굴을 알린 뒤 정계에 입문했다.

문성근은 1997년 10월 다시 ‘그것이 알고 싶다’로 돌아와 4년6개월간 진행을 맡았다.

그는 초대 진행자였던 시기까지 총 6년5개월의 시간 동안 ‘그것이 알고 싶다’의 얼굴로 활약하면서 사회 문제에 큰 관심을 가지게 됐고 ‘소셜테이너’의 대표주자가 됐다.

이후 정진영(2002년 5월∼2006년 1월), 박상원(2006년 2월∼2008년 2월) 등 배우 출신 진행자의 계보가 이어졌다.

현재의 김상중은 2008년 3월부터 7년 5개월째 이 프로그램의 진행을 맡고 있다.

고정된 이미지가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는 단점을 감수하면서도 이 프로그램을 계속 맡는 이유에 대해 김상중은 “진행하면서 만난 수많은 피해자들은 공통적으로 ‘영화에서나 볼 법한 일이 나한테 벌어졌다’고 한다”며 “누구든 피해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계속 알려야 한다는 책임감이 생겼다. 진실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라면 배우로서의 제약은 불편하게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 ‘그알’의 힘은 제작진에서 온다

1일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전현직 진행자 문성근, 정진영, 김상중은 모두 ‘그것이 알고 싶다’가 1000회 방송까지 온 것은 “제작진의 노력 덕분”이라고 입을 모았다.

문성근은 “논란이 많은 사안에도 실수를 하지 않고 꾸준히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 힘써온 그간의 노력이 신뢰로 돌아왔다”며 “적극적으로 주제를 잡으라는 요구도 많이 있었다. 그러나 제작진은 시청률을 위해 소재를 고르거나 무리하게 방송을 하려하지 않았다”며 제작진의 신중함을 높이 샀다.

김상중도 “많은 분들이 저를 ‘그알’의 아이콘으로 생각해주시지만 저는 저널리스트가 아니다”라며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진실을 위해 계속 문을 두드리는 제작진이 이 프로그램의 주인공”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시청자들의 성원도 이 프로그램의 중요한 요소”라며 “이 프로그램 아껴주시는 분들이 잘못할 때는 잘못했다고 꾸짖어주셨고 함께 공부해야 하는 부분은 공부해가며 시청해주셨다”며 감사의 마음을 에둘러 표현하기도 했다.

이 프로그램의 조연출로 방송국 생활을 시작했다고 밝힌 민인식 SBS 교양국장은 “‘그것이 알고 싶다’는 시사 고발 프로그램 본연의 역할, 토요일 밤 11시 경쟁 프로그램인 예능과 싸워서 이기는 경쟁력, SBS의 이미지 제고 등 복합적인 요구를 받는다”는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1000회를 맞아 오는 5일부터 3부에 걸쳐 우리 사회 권력의 곪은 곳을 파헤친다.

최근 논란이 되는 교도소 내 특권을 다루는 1부 ‘담장 위를 걷는 특권’, 땅콩회항 사건 등으로 화제가 된 재벌 3,4세의 비뚤어진 특권 의식을 다룬 2부 ‘사장님을 위한 비밀 매뉴얼’, 공직자들의 특권의식과 비리를 다룬 3부 ‘돈 가방 미스터리-반칙의 공모자들’을 통해 우리 시대 ‘정의’의 현주소를 묻는 것.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가장 힘든 건 아이템을 고르는 일입니다. 1000회까지 오면서 얼마나 많은 사건을, 소망을 이야기했습니까. 그럼에도 아직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이 남아있습니다. 다만 아쉬운건 우리가 진실을 알리고 해법을 제시했음에도 똑같은 이야기를 다시 해야하게끔 만드는 현실입니다.”

[신아일보] 온라인뉴스팀 web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