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다수가 고령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절실
[사설] 대다수가 고령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절실
  • 신아일보
  • 승인 2015.08.27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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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봉 신청 이산가족 중 절반만 생존
정례·상설화 함께 화상 만남도 추진

이산가족 상봉의 기회를 잡지 못하고 다음 상봉만을 손꼽아 기다려 왔던 남북의 헤어진 가족들이 만날 수 있게 됐다.

남북한 고위당국자들이 사흘간의 피말리는 마라톤 협상을 펼친 결과 지난 25일 군사적 긴장을 해소하는 극적 합의를 이루어내면서 이산가족 상봉이 이르면 추석 때 성사될 전망이다. 지난해 2월 마지막 상봉 이후 1년 7개월여 만이다. 정말 다행히 아닐 수 없다.

합의문에 따르면 남과 북은 올해 추석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을 하고, 앞으로 계속 진행하기로 했으며, 이를 위한 적십자 실무접촉을 다음달 초에 갖기로 했다.

예전의 진행 상황을 비춰 볼때 적십자 실무 접촉으로부터 상봉 성사까지 한 달 정도 시간이 걸리는 점으로 미뤄볼 때 추석 이후에 상봉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남북 합의사항 중 지뢰 도발 사과 이상으로 심혈을 기울인 것이 이산가족 상봉이었다. 이번 합의문에 명시한 것은 그만큼 조속히 추진돼야 할 사안이라는 것을 남북이 공감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서둘러야 할 것이다.

한적은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태스크 포스를 구성, 실무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지자 자신의 접수 상태를 알아보려는 사람들로 적십자사 사무국이 북적이고 있다는 전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들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 대다수의 이산가족들이 80세 이상의 고령자이기 때문이다.

1985년 남북한 고향 방문 및 예술공연단이 서울과 평양을 교환 방문한 지 15년 만인 2000년 8월 남북 정상회담 합의에 따른 조치로 첫 상봉이 성사된 이후 지난해 2월 20∼25일까지 이산가족 만남은 모두 19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상봉 인원은 제14차인 2006년 6월 남측과 북측 각각 197명과 198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100명 안팎이었다.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에 따르면 상봉을 신청한 이산가족은 12만9698명이고 그 중 48.9%인 6만3406명이 생을 등지고 6만 6292명(51.1%)만이 생존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90세 이상 7896명(11.9%), 80∼89세 2만8101명(42.4%), 70∼79세 1만 8126명(27.3%), 60∼69세 6874명(10.4%), 50세 이하가 5295명(8%) 등으로 80대 이상이 절반이 훨씬 넘는다.

헤어진 가족을 만날 수 있다는 실낱 같은 희망을 갖고 있는 이들에게 세월은 멈추지 않고 있다. 안타까운 마음 뿐이다.

한적이 다음달 초에 북측과 만나 상봉 날짜와 방법, 상봉자 수 등을 논의할 예정이지만 그 안이라도 연락 채널을 통해 남북한 이산가족의 생사확인 등을 위한 관련 문서를 주고 받아야 한다. 그래서 상봉 날짜를 최대한 앞당겨야 한다.

이참에 상봉 정례화와 상설화도 요구해야 한다. 또한 몸이 불편해 거동이 힘든 이산가족들을 위한 화상 만남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엊그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도 “이번 추석 상봉은 최소 1000명 이상을 목표로 북측과 적극 협의에 나설 것을 통일부에 주문한다”며 “상봉 정례화, 금강산 면회소 상설화, 생사 확인 등 상봉 확대를 위한 대책을 서둘러 달라”고 상봉 확대에 힘을 실었다.

부모 형제와 헤어질 적에 “일주일이면 돌아 온다”고 약속했던 시간은 어느덧 60년이란 세월을 훌쩍 넘겼다. 반세기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남측 이산가족들은 아직도 고향의 모습을 그림 그리 듯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이들에게 마지막이라고 할 수 있는 한을 풀어줘야 한다.

혈육을 보고 싶다는데 이념과 사상을 따질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