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팔미라 고대신전 파괴… 반기문 "야만적 테러 행위"
IS, 팔미라 고대신전 파괴… 반기문 "야만적 테러 행위"
  • 이은지 기자
  • 승인 2015.08.25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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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미라 연구 평생 헌신한 노학자 참수 후 시신 토막 '만행'
▲ 팔미라의 '바알샤민 신전' ⓒ위키피디아

최근 시리아 고대 유적 팔미라의 보존과 연구를 위해 일생을 바친 여든셋 학자를 고문한 뒤 살해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IS(이슬람국가)가 이번엔 팔미라의 2000년 된 신전 '바알 샤민'을 파괴했다.

마문 압둘카림 시리아 문화재청장은 AFP통신에 IS가 23일(현지시간) 팔미라의 바알 샤민 신전에 다량의 폭약을 설치해 터뜨렸다고 밝혔다.

그는 "신전 내부가 파괴되는 등 전체적으로 상당히 훼손됐고 주변 기둥들도 무너졌다"면서 "암울한 예상이 불행하게도 실현되고 있다"고 말했다.

인권단체 시리아인권관측소(SOHR)도 바알 샤민 신전이 파괴됐다고 전했다.

인권단체 시리아인권관측소(SOHR)도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바알 샤민 신전이 파괴됐다고 전하면서 "이들은 폭파 시점을 미리 말해주고 주민들에게 폭파 장면을 모두 보도록 했다"고 밝혔다.

지난 5월 20일 시리아 중부의 유적 도시 팔미라를 점령한 IS는 테러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크기가 작은 유물은 암시장에 내다 팔고, 운반이 어려운 부조상(浮彫像)은 우상물이라며 파괴했다.

실제로 지난 3개월간 기원전 1세기에 제작된 팔미라의 사자(獅子) 석상과 15세기 이슬람 시아파 성직자들의 묘지가 IS 대원들의 쇠망치와 폭탄에 의해 훼손됐다.

이번에 파괴된 바알 샤민 신전은 2000년 전인 기원후 17년 페니키아의 폭풍과 강우의 신을 위해 세워진 것으로 로마의 하드리아누스 황제 통치 시절인 130년에 규모를 키웠다.

IS는 "팔미라의 유적 중 다신교와 관련된 조각상만 부수고 나머지는 훼손하지 않겠다"고 했으나 무차별적으로 유적을 파괴하고 있다.

이밖에도 IS는 최근 팔미라 유적 연구에 평생을 헌신해온 시리아 노학자 칼리드 아사드(82)를 참수하고 시신을 유적지 기둥에 매달아 공분을 샀다.

IS는 그것도 모자라 시신을 토막내 훼손했다고 아사드의 아들 모하마드가 말했다.

모하마드는 "팔미라 주민에게서 IS가 아버지의 시신을 훼손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아버지는 언제나 '팔미라의 종려나무처럼 꼿꼿하게 서서 죽을 것이다'라고 말씀하시곤 했다"고 전했다.

아사드는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세력을 넓혀가던 IS가 팔미라 인근까지 진격했을 때도 유적지를 떠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IS가 박물관의 유물을 파괴하지 못하도록 당국을 도와 유물을 안전한 곳으로 숨기기 위해서였다. 그는 IS의 모진 고문에도 끝까지 팔미라 유물의 행방을 말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IS가 팔미라에 집착하는 이유는 팔미라가 시리아의 국보이자 손에 꼽히는 세계적 문화유산이기 때문이다.

시리아 정권을 전복하려는 IS에 이 국가의 보물을 손에 넣고 하나씩 없애는 행위는 자신들이 목표를 이뤄나가고 있다는 것을 과시하는 정치적 상징성을 지닌다는 것이다.

IS는 또 문화재 파괴 행위로 세계적 주목을 끌며 자신들의 악명을 높이는 선전(宣傳) 효과도 노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IS의 신전 파괴를 전쟁 범죄라고 비판했다.

보코바 사무총장은 "신전 파괴는 새로운 전쟁 범죄로 시리아 국민과 인류에 큰 손실이다"라면서 "범인들에게 행동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24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IS의 신전 파괴 행위와 아사드 참수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반 총장은 "이런 야만적 테러 행위는 지난 4년간 시리아에서 민간인 인구과 유산들을 대상으로 자행된 범죄들과 같은 맥락"이라고 비난하고 "각국정부가 힘을 합쳐 테러 활동을 중단시키기 위해 신속히 행동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오아시스 도시인 팔미라는 귀중한 고대유적을 품고 있어 '사막의 신부'라는 별칭으로 불리며 세계적 문화유산이자 시리아의 대표 유적지로 널리 알려진 곳이다.

[신아일보] 이은지 기자 ej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