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자금수수' 한명숙 수감… "굴복하지 않겠다"
'정치자금수수' 한명숙 수감… "굴복하지 않겠다"
  • 이재포 기자
  • 승인 2015.08.24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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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2년 실형이 확정된 한명숙 전 총리가 24일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서 지지자들을 만나 인사를 한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실형이 확정된 한명숙 전 국무총리는 24일 "저는 결백하다. 그래서 당당하다. 울지 않겠다. 굴복하지 않겠다"며 자신의 결백을 거듭 주장했다.

한 전 총리는 이날 오후 경기 의왕시 서울 구치소 앞에서 열린 '진실 배웅' 행사에서 이같이 밝혔다.

한 전 총리는 "사법정의가 이 땅에서 죽었기 때문에 그 장례식에 가기위해 상복을 입었다"며 "죽은 사법정의를 살려내달라고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또한 "진실은 그 시대에 금방 밝혀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진실이 승리하는 역사를 만들 때 언제든지 밝혀진다"며 "저는 안에서, 여러분은 밖에서 진실이 승리하는 역사를 만들어내자"고 말했다.

그는 22일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찾아 참배한 것을 언급하며 "김대중 대통령은 민주주의를 지키기기 위해 끊임없이 투쟁해야 한다고 말했다"며 "그 목소리가 쟁쟁하게 들리는 듯 했다"고 말했다.

이어 "노무현 대통령이 잠든 너럭바위에는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조직된 시민의 힘이라고 적혀있었다"며 "그것이 제 마음에 새겨지는 듯 했다"고 밝혔다.

한 전 총리는 "어떤 형태로든 싸우겠다"며 "여러분과 함께 싸우겠다. 건강하게 잘 다녀오겠다. 한명숙을 잊지말아달라"고 당부했다.

한 전 총리는 행사 내내 담담한 표정이었지만 참석자들이 "한명숙은 무죄다"라고 구호를 외칠 때는 한 손으로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당의 '신공안탄압저지대책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이종걸 원내대표는 "사법정의가 정의를 바라는 사람들에게 힘이 되주지 못하는 사회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이 앞선다"며 "정의가 승리하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분노하고 함께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이 원내대표 외에 이미경 강기정 이목희 정청래 홍영표 박범계 서영교 윤후덕 임수경 전해철 의원 등 친노(친노무현)계를 비롯해 의원 약 30명과 정봉주 전 의원, 여성단체 회원 등이 참석했다.

한 전 총리는 행사 마지막으로 참석자들과 함께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른 뒤 참석자들이 순결과 무죄를 뜻을 담아 전달한 백합을 받아들고 구치소 정문으로 들어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지난 20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한 의원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 판결했다.

이로써 최초의 여성총리를 지낸 한 전 총리는 헌정사상 최초로 영어(囹圄)의 몸이 된 전직 총리라는 '불명예 기록'도 남기게 됐다.

한 전 총리는 재야운동권출신으로 3선(16·17·19대) 국회의원을 지낸 대표적인 여성정치인이다. 박정희 정부 시절인 1979년 체제 비판적인 이념서적을 학습·유포한 크리스찬 아카데미 사건으로 2년여 동안 구속수감되기도 했다.

김대중정부 당시 여성부 장관(2001~2003년)을, 노무현정부 당시 환경부 장관(2003~2004)에 이어 대한민국 첫 여성 국무총리를 지냈다.

한편, 한 전 총리의 유죄확정을 '정치적 판결'이라고 규정한 새정치연합은 당초 이날 배웅행사를 거당적으로 개최해 한 전 총리에 대한 정치탄압의 부당성을 부각시키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비리 정치인 감싸기'라는 여론의 역풍을 우려, 조용하게 행사를 치렀다. 문재인 대표도 이날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

[신아일보] 이재포 기자 jp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