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미국과 중국 사이의 국익
[독자투고] 미국과 중국 사이의 국익
  • 신아일보
  • 승인 2015.08.24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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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연 인하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교수

 
광복 70주년을 맞이한 올해 ‘통일을 이루는 것이 진정한 광복이다’란 말이 회자됐다. 그렇다. 조국 광복 과정에서 내부의 갈등과 외부의 알력으로 주어진 분단 70년을 극복하는 길이 진정한 광복인 것이다.

이를 위해 남과 북은 상호 신뢰를 회복하며 한걸음 한 걸음 통일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그러나 북한의 목함지뢰 설치로 야기된 남북 긴장은 급기야 북한의 포격 도발과 우리의 대응 포격, 북한의 군사행동 위협으로까지 고조돼 갔다.

광복절로부터 1주일이 흐른 지난 22일, 남북 간의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던 중 양측은 판문점 고위급 회담을 개최하면서 파국은 면하게 됐다.

각종 매체를 통해 군사행동 위협을 이어가던 북한이 대화 테이블에 나온 배경에는 남북한의 군사적 충돌이 북한 정권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파국을 피하려고 행동에 나선 미국과 중국의 역할, 즉 미국의 대북한 압박 및 중국의 설득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이번 사태를 지켜보면서 향후 한반도 정세에 있어서 미국과 중국이라고 하는 양 강국의 힘과 역할은 매우 크리라는 점을 예상할 수 있다.

대한민국이 평화통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많은 어려운 선택에 직면할 것이라는 점 또한 예측할 수 있다. 이는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는 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정쩡한 자세로 일관했다.

G2로 상징되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의 우리의 딜레마는 안보 이외에도 경제, 에너지 등 다양한 영역에서 나타나고 있다.

우선 FTA(자유무역협정) 관련해서 우리는 미국이 주도하며 일본이 참여하는 TPP(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와 중국이 주도하려는 FTAAP(아시아태평양 자유무역지대) 사이에서 제대로 된 선택을 못하고 있다.

또한 에너지 확보와 관련해서도 우리나라는 미국의 셰일가스 개발에 공동보조를 취하는 일본, 러시아 천연가스 도입에 힘을 합치는 중국 사이에서 바람직한 선택을 찾지 못하고 있다.

흔히 우리나라 입장에서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과 손을 잡아야 한다고들 말한다. 그러나 무 자르듯이 그렇게 할 수 없는 것이 우리의 외교와 통상에 있어서의 숙명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안보 면에서 중국, 경제 면에서 미국과 손을 잡아야 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미국과 중국을 바라보는 시선이 국민들 사이에서 엇갈려 표출되고 있다.

우리가 결국 미국과 같이 가야 한다는 입장에서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경제력과 군사력 등 종합적인 국력에서 미국이 중국을 압도할 것이라는 인식에 기초한다.

더 나아가 미국은 한국전쟁 때 많은 희생자를 내며 우리를 지켜준 혈맹이라는 점이 미국과 같이 가야 한다는 주요 논거가 된다.

반면 우리 경제에 있어 중국이 미국보다 훨씬 중요해졌다는 점, 북한의 폭주를 조정하며 한반도 안정과 통일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나라가 중국이라는 점 등이 우리나라의 친중파의 주요 논거가 되고 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미국과 중국은 우리에게 모두 소중한 나라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외교통상적 선택에 있어서 감정적으로 어느 한 쪽으로 치우쳐서는 안 되고, 기계적으로 중간지대만을 고집해서도 안 된다는 점이다.

그 선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의 국익을 최우선시 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결정을 떠밀려서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주도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도 중요하다.

안보라고 하는 국익에 있어 THAAD 배치가 필요하다면 우리는 스스로 그것을 결정하고 중국을 설득해야 한다. 또한 러시아 천연가스를 중국과의 협조 속에 끌어오려면 우리는 그 필요성을 미국에 전달해야 한다.

여러 논란 끝에 다음달 초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전승절 기념식에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하기로 했다.

이러한 결정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우리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주도적 결정의 시작이 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