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목함지뢰에 대한 불편한 진실
[칼럼]] 목함지뢰에 대한 불편한 진실
  • 신아일보
  • 승인 2015.08.20 10:4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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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4일 오전 7시 40분 경기도 파주 육군 1시단 DMZ에서 북한군이 매설해 놓은 목함지뢰가 폭발 우리 장병 2명이 중상을 입었다.

이는 명백한 정전협정 위반이며 북한이 고의적으로 군사분계선을 침범한 의도적이고 불법적인 살상 행위이다.

북한은 언제든지 정전협정을 비롯한 국제법과 상식을 무시할 수 있는 집단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더욱 철저한 방어와 대비가 필요한 것이다.

북한군은 지난해 말부터 군사분계선 인근에서 병력을 증원하고 지뢰 매설 작업을 하는 등의 특이동향을 보였다. 이에 따라 북한의 도발에 더 경계를 강화했어야 하는데도 그러지 못했다.

적군이 아군지역 철책선까지 와서 지뢰를 매설했다는 것은 우리군의 경계 실패도 인정해야 한다. 매년 철책선이 뚫리는 사태가 반복돼온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맥아더 장군은 "작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할 수 있어도 경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제 청와대와 국방부는 더 이상 부상장병 뒤에 숨어 진부한 변명을 둘러대지 말고 경계에 실패한 군과 지휘체계에 대해 책임을 묻고 휴전선 경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물론 부상당한 장병에 대한 위로와 격려, 국가적인 예우와 보상은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이 사건을 돌이켜 볼 때 이상한 점이 있다. 왜 8월 4일 난 사고가 6일이 지난 10일에서야 공개됐느냐는 부분이다.

벌어질 사건이 아닌 벌어진 사건에 대해 그것도 충분히 북한소행임을 알 수 있는 증거가 사전에 나왔는데도 국방부가 엠바고를 통해 발표시점을 조정했는지 의문이 든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와 국방부는 북한군의 군사도발에 시간끌기와 책임회피, 여당은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모습에 실망감이 든다.

야당 역시 존재감 없이 정부가 주도하는 언론의 여론 몰이에 밀려 별다른 이의가 없다.

또한 국방부의 청와대 보고시점이 4일에서 5일로 바뀌면서 논란이 되며 얼빠진 안보라인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12일 오전 국회 국방위원회의에서 "4일 늦게 보고가 됐고"라고 답했다.

그러나 한 장관은 같은 날 오후 "5일에 안보실이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로 추정된다고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며 반나절도 안 돼 말을 바꾸었다.

결국 청와대가 "국방부장관이 날짜를 잘못 기억했다"는 결론으로 진화했으나, 또 한번 국가안보에 대한 중대한 사안에서 조차 아마추어적인 대응을 보이는 모습에 참으로 한심한 생각이 든다.

사건 발생 다음날인 5일 박근혜 대통령의 '경원선 남측구간 연결 기공식 참석', 통일부의 '대북 고위급 회담 제안' 등이 이어져 '컨트롤타워 부재' 라는 비난을 면키 위한 시간끌기 지적에 설득력이 있는 것이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이번 시건을 통해 "북한에 혹독한 대가를 반드시 치르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반성은 없고 고작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로 긴장만 더욱 높이는 것 외에 무슨 효과가 되는지 의문이다.

지금 중요한 것은 지구상에서 가장 비정상적인 집단인 북한에 대해 변화를 기대하기 보다는 경계 부실에 대한 반성과 이번 사태와 같은 군사도발이 얼마나 벌어졌는지 제대로 파악하고 더욱 철저한 방어태세를 갖춰야 한다.

특히 북한의 도발을 오히려 소모적 정쟁으로 국민의 삶을 외면하고 당리당약과 자신들의 입지만을 생각하는 정부와 정치권의 철저한 반성이 필요한 때이다.

/배상익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