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29번 도로의 배트맨' 교통사고로 사망
美 '29번 도로의 배트맨' 교통사고로 사망
  • 이은지 기자
  • 승인 2015.08.19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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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선행 이어온 사업가… 사고 직전에도 아이들에 선물
▲ 레니 로빈슨과 배트모빌. (사진=워싱턴포스트)

미국에서 14년째 '배트맨' 복장을 한 채 어린이 환자들에게 꿈과 희망을 줬던 한 사업가가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미국 메릴랜드주 경찰은 17일(현지시간) "'29번 도로의 배트맨'으로 불려온 레니 로빈슨(51)이 전날 밤웨스트버지니아주의 어린이 환자들을 격려 방문하고 돌아오는 길에 메릴랜드 주 헤이거스타운의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로 숨졌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로빈슨은 배트맨 차량 '배트모빌'(Batmobile)'로 꾸민 자신의 람보르기니 승용차가 운행 중에 멈추자 엔진을 살펴보러 차량 앞쪽으로 향했다가 다른 승용차가 그의 차량을 추돌하면서 변을 당했다.

사고가 발생하기 수분 전에도 그는 자신을 알아본 아이들에게 장난감을 선물하며 선행을 베푼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로빈슨은 2012년 메릴랜드 주의 29번 도로에서 교통법규 위반으로 적발되는 과정에서 '정체'가 알려졌고, 이 일을 계기로 그는 29번 도로의 배트맨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당시 그는 복장과 차량을 배트맨처럼 꾸미고 병원으로 봉사 활동을 가다가 번호판 자리에 붙인 배트맨 로고 때문에 경찰에 적발됐다.

그는 배트맨 복장으로 차에서 내려서서 경찰에 인사하는 장면이 경찰 블랙박스에 녹화됐고, 이 영상이 소개되면서 그는 미국 전역에서 유명인사가 됐다.

로빈슨은 2001년부터 한 달에 두세 차례씩 병원을 찾아 투병 중인 어린이들에게 배트맨 모자, 티셔츠, 가방, 책 등을 선물하는 등 매년 2만5000달러(약 3000만원) 가량을 들여 선행을 계속했다.

청소회사 운영 등을 통해 번 돈으로 남몰래 선행을 하던로빈슨은 어린이 병동을 찾을 때면 수십만달러를 들여 1960년대 배트맨 TV쇼에 등장하던 배트모빌 모양을 흉내낸 람보르기니 차량을 이용해왔다.

로빈슨은 실제 배트맨처럼 보이기 위해 매번 45분씩 걸리는 분장을 해왔고, 병원을 한 차례 방문하고 나면 몸무게가 2kg씩 빠지는 고생을 감수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처음에는 배트맨에 푹 빠진 아들 브랜든을 위해 배트맨 복장을 입었지만, 어린이 환자들이 자신의 배트맨 차림에 열광한다는 사실을 알고 2007년부터는 자신의 회사를 매각하고 배트맨 활동을 주업으로 삼았다.

로빈슨은 예전 ABC방송 인터뷰에서 "배트맨은 초능력이 없지만 슈퍼히어로"라며 "우리 모두 배트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아이들을 웃게 만들면 정말 성공적인 뭔가를 해냈다고 깨닫게 된다"며 "배트맨 복장이나 나라는 사람보다는 이곳에 아이들을 위해 왔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2012년에는 배트맨 영화가 상영 중이던 콜로라도주 한 영화관에서 총기난사가 발생한 탓에 "어린이들이 배트맨을 보고 놀랄 수 있다"는 이유로 어린이병원들로부터 방문 거절을 당하기도 했다.

로빈슨은 당시에도 "병원들의 결정을 이해한다"며 "그러나 어린이들의 치료를 돕기 위해 내 임무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신아일보] 이은지 기자 ej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