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후계분쟁, 이젠 일본전…장기전 국면
롯데 후계분쟁, 이젠 일본전…장기전 국면
  • 온라인뉴스팀
  • 승인 2015.08.09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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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총 누가 이기든 소송할듯…한일 양국선 '반롯데 정서' 확산

▲ ⓒ연합뉴스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의 방일로 롯데 후계분쟁의 격전지가 한국에서 일본으로 넘어갔다.

지난달 27∼28일 한일 롯데 지배고리인 일본 롯데홀딩스의 이사진 교체를 둘러싼 갈등이 신격호·동주·동빈 3부자의 시차를 둔 귀국으로 한국에서 분쟁이 벌어졌으나 7일 신 전부회장의 일본행으로 다투는 장소가 바뀌었다.

한국에서의 아흐레간 체류 과정에 신 총괄회장의 곁을 지키면서 '반 신동빈 세력' 다지기에 주력했던 신 전 부회장이 이제 일본에서 어떤 카드를 내놓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현재로선 신 전 부회장에게 남은 카드는 많지 않아 보인다. 한일 롯데 지배권의 정점에 있는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동생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의 한 판 승부하거나 법적인 소송 정도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어떻게든 승부를 보겠다는 의지를 여러 번 밝힌 신 전 부회장은 이번 주초부터 구체적인 절차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롯데홀딩스 주총 소집을 요구하고 신격호 총괄회장과 상의없이 이뤄진 1∼12곳의 L투자회사에 대한 신동빈 회장의 대표이사 취임에 대한 법적 소송에 들어갈지에 초점이 모인다.

신 전 부회장이 이번 주초 롯데홀딩스 주총 소집을 요구한다면, 이달 중 주총 개최가 가능할 수도 있다.

롯데홀딩스 이사회를 장악한 신동빈 회장 측은 애초 지지세력을 더 결집시킨 뒤 주총을 열어 승리하겠다는 방침에서 최근 한일 양국에서의 급속한 '반(反) 롯데' 정서 확산에 놀라 조기 수습으로 방향을 잡은 모양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 전 부회장이 주총 소집을 요구하면 이사회가 신속하게 받아들여 이달 중에 주총이 열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롯데에 대한 반감 확산으로 그룹의 핵심사업에 큰 타격이 빚어지기 전에 이른 시간 내에 지분 맞대결로 분쟁을 마무리하겠다는 심산이다. 신 전 부회장이 본인 포함해 3% 지분을 모아 주총 개최를 요구하면 이사회가 수용하는 형태로 주총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안건이다. 일단 신동빈 회장 측은 명예회장 추대 문구를 넣는 정관변경 안건을 낼 것이고, 신 전 부회장은 현 이사진 교체 안건도 추가하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자가 승인되고 후자가 부결되면 신동빈 회장은 명실상부한 '완승'을 거두게 된다. 그러나 상황이 뒤바뀌면 신 전 부회장의 롯데홀딩스 경영권 확보로 이어질 수 있다.

추이를 볼 때 누가 승리하든 법적 공방은 불가피해보인다.

신동주·동빈 형제 모두 광윤사와 우리사주 등 대주주의 지지를 확보했다며 표 대결 승리를 장담하면서도 만약에 패할 경우 소송을 통한 2차전을 공론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일본행에 앞서 국내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신동빈 회장이 부친 신격호 총괄회장과 상의도 없이 L투자회사 12곳의 대표이사로 등재한 것과 관련해 법적인 대응을 하겠다고 밝혀 이와 관련한 소송도 예상된다.

신격호 총괄회장을 밀어내고 법인 대표 변경 등기를 하려면 일본 법무성 법무국에 이사회 의사록, 등기신청서 등을 내야 하고 해당 신청서에 신청 당시 대표의사의 서명과 법인 직인을 필요로 하는 데, 신 총괄회장의 동의가 없었기 때문에 법적인 문제가 있다는 게 신동주 전 부회장의 인식이다.

이런 가운데 한일 양국에서 롯데그룹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있다. 최근 분쟁으로 롯데의 비밀스럽고 수상한 지배구조와 구시대적인 재벌총수의 '손가락 경영', 기업 국적 정체성 논란으로 롯데그룹은 한일 양국에서 배척당하는 형국이다.

416개 순환출자 고리라는 반도체 회로보다 복잡한 지배구조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 정부와 정치권이 이를 개혁하겠다며 칼을 들이대고 있다. 국세청과 공정거래위원회, 금융감독원이 총수와 그 인척의 해외계열사 현황과 투자 현황을 '현미경 관찰'하겠다고 나섰고, 롯데 불매운동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롯데그룹이 한국기업이냐 일본기업이냐는 감정적인 논란이 가라앉지 않는 가운데 불매운동은 한국과 일본 양쪽에서 번지는 상황이다. 일본 포털사이트 야후를 보면 롯데 제품을 사지 말자는 격문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 때문에 롯데그룹 안팎에서 반롯데 정서가 오래 지속하면 그룹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면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신아일보] 온라인뉴스팀 web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