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이 가진 ‘퇴폐’의 재미, 포장하지 않을 뿐”
“소설이 가진 ‘퇴폐’의 재미, 포장하지 않을 뿐”
  • 전민준 기자
  • 승인 2015.08.09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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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광수 교수, 새 소설집 ‘나는 너야’ 출간
 

“소설의 재미는 ‘감상(感傷)’과 ‘퇴폐’로부터 나온다.” 소설가이자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인 마광수씨(64)가 새 소설집 ‘나는 너야’(어문학사) 뒤표지에 쓴 문구는 그가 40년 문학 인생을 거치며 내린 결론이다.

많은 문학 작품이 인류 평화와 인간의 양심 문제, 민중의 삶 등을 다루지만 깊이 따져보면 결국 문학은 인간의 마음을 건드리거나 성적 환상을 자극하는 글이라는 것이다.

마 씨가 미발표작과 최근 집필작 등 단편소설 24편, 시 1편을 엮은 이번 소설집 수록작 가운데서도 ‘야한 게 반, 안 야한 게 반’이다. 그리고 야한 작품은 역시 파격적이다.

마 씨는 최근 인터뷰에서 “한국의 대표적인 민중 소설에도 섹스 장면이 아주 많은 작품이 있지만 민중 소설이라는 이유로 그 장면이 포장된다”며 “저는 그 장면을 곱게 포장하지 않고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학생과 남교수의 성관계(‘해프닝’), 남학생과 여자 과외선생님의 육체관계(‘성인식’), 20대 남자 시간강사와 유부녀의 밀회(‘이루어질 수 없었던 사랑’) 등 마치 작가 자신이 당사자인 것처럼 보이도록 쓴 작품도 눈에 띈다.

친구 여자친구를 깊이 짝사랑하다 그 여자의 임신 중절수술 비용까지 대준 남자 이야기(‘짝사랑’)의 주인공 이름은 ‘광서’다.

마 씨는 “소설 속 주인공이 나 자신인 것처럼 쓰는 것은 제가 자주 쓰는 ‘독자 속이기’ 수법”이라며 “작가의 즐거움은 속이는 즐거움, 독자의 기쁨은 속아 넘어가는 즐거움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1992년 ‘즐거운 사라’로 음란물 제작·반포 혐의를 받아 재판까지 갔던 그는 “우리나라는 전부 소설 속 이야기를 작가에 대입시키고, 상상을 재판하기까지 한다”며 “가끔은 그걸 역이용하려고 마치 내 경험으로 소설을 쓴 척하기도 한다. 그게 또 재미있다”고 웃었다.

그의 작품에는 유독 몸 곳곳에 피어싱을 한 남녀가 자주 묘사된다. 이는 ‘자연미’보다 ‘인공미’를 선호하는 작가 개인의 취향에서 비롯됐다. 작가는 염색, 화려한 네일아트, 적나라한 노출 패션, 온몸 피어싱 등이 특히 매혹적이라고 했다.

자연미를 높이 사는 것에 대한 거부감은 그의 문학관에서도 나타난다.

작가는 “내가 야한 소설을 쓴 지가 오래 됐는데도 한국에 나같이 ‘센’ 작가가 아직도 안 나온다”며 “‘투명 화장’을 추구하거나 성형수술을 하고도 안 했다고 속이는 것과 비슷하게 문학계에도 자연에 대한 이상한 집착이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왜 소설가가 약자 보호, 역사 바로잡기 등의 사명감을 이야기하느냐”며 “이게 다 아직 남아 있는 엄숙주의와 양반 의식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신경숙 소설가의 표절 논란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타냈다. 마 씨는 2007년 자신의 신작 시집 1편에서 제자의 시를 표절한 것으로 드러나 사과한 바 있다.

마 씨는 “저는 당시에 잘못했다고, 제발 봐달라, 벌주면 받겠다고 말했기에 문제를 수습할 수 있었는데 신 씨가 자신도 자기 기억을 못 믿겠다고 한 말을 듣고는 화가 났다”며 “신 씨 작품이 많이 팔렸기에 오만한 것, 그리고 솔직하지 못한 것이 문제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제가 나름 중견 작가인데도 여전히 창비나 문학동네, 문학과지성사 등 대형 출판사는 계간지 원고 청탁도 전혀 하지 않고 제가 논란에 휘말렸을 때도 도와주지 않았다”며 “한국은 여전히 문학하는 데 교재가 너무 많이 필요하고 인간관계를 많이 쌓아야 하는 모순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304쪽. 1만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