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하니 살다 정신 번쩍… 인생 마무리 봉사로”
“멍하니 살다 정신 번쩍… 인생 마무리 봉사로”
  • 고아라 기자
  • 승인 2015.07.30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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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꾼’ 장사익 유니세프 한국委 친선대사, 필리핀서 노래 봉사
▲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친선대사인 ‘소리꾼’ 장사익씨(66)는 친선대사로서 첫 활동으로 지난 20일부터 5일간 유니세프 직원들과 함께 필리핀 레이테 주 타클로반 지역을 방문했다.

“언제부턴가 흐르는 시간대로 멍하니 살아왔던 것 같아요. 그런데 봉사하는 기회가 주어져 정신을 번쩍 차렸죠. 길게 남지는 않았지만 사회에 봉사하면서 인생을 멋지게 마무리할 겁니다.”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친선대사인 ‘소리꾼’ 장사익씨(66)는 숨이 턱턱 막히는 열대의 폭염 속에서도 개의치 않은 듯 연방 환하게 웃어 보였다.

그는 친선대사로서 첫 활동으로 지난 20일부터 5일간 유니세프 직원들과 함께 필리핀 레이테 주 타클로반 지역을 방문했다.

2013년 11월 태풍 ‘하이옌’으로 큰 인명·재산 피해가 발생한 타클로반과 인근 도시들을 두루 다니면서 피해 복구 현황을 살펴보는 일정이었다.

장 씨는 “이젠 도시가 많이 회복됐겠거니 생각했는데 막상 와보니 여전히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더라”며 “집 잃은 이들을 위한 수용시설에서 한 사람이 지내도 숨이 막힐 것 같은 쪽방에 4∼5명이 사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환경 속에서도 악을 쓰거나 찡그리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며 “특히 눈이 맑고 천진난만한 아이들을 보면서 이들이 필리핀의 희망이자 에너지라는 생각을 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장 씨는 타고난 소리꾼답게 시간과 장소가 허락되면 어김없이 노래를 부르며 지친 일행과 재난을 딛고 일어서려는 필리핀 사람들을 위로했다.

장 씨는 “빈민가 어린이들을 만나 함께 노래를 했는데 박수를 치며 용기를 북돋우니 경계하던 아이들이 차례로 일어나 나중에는 신나게 목청을 뽑더라”며 “이렇게 아이들의 존재를 인정해주면서 잠재력을 끌어내는 것이 사회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콘서트 수익금을 유니세프에 꾸준히 기부해온 장 씨는 그 인연으로 2007년부터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특별대표로 활동해오다 지난 4월에는 친선대사를 맡게 됐다. 그는 이를 “앞장서서 나누고 봉사해야 하는 자리”라며 “인생의 새로운 계기를 맞았다”고 평했다.

현재 한국위 친선대사로는 장씨 외에 배우 안성기씨가 있고, 소설가 고 박완서씨와 디자이너 고(故) 앙드레 김도 생전 친선대사로 활동했다.

1994년 45세의 적지 않은 나이로 가수 생활을 시작한 그는 데뷔 직전 신사동 카센터에서 일하면서 단골손님으로 앙드레 김을 만났다며 그와의 각별한 인연을 소개했다.

수십년간 장 씨나 다른 가수가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할 때면 앙드레 김이 앞의 두 줄 표를 몽땅 사서 외국 대사들을 초청해 민간외교를 했다고 전했다.

장 씨는 “이런 선생님의 친선대사 자리를 물려받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앞장서서 봉사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사회가 어린이 보호에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하고는 “다음 세대의 주인인 어린이와 청소년이 잘 되면 세대가 이어지고 인류 역사가 계속되지만 그들이 엉망이라면 우리 세대도 없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 세대의 주인인 아이들이 똑같이 교육을 받고, 보호받고 또 치유받아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 기성세대가 그들에게 현재를 맡기고 갈 수가 있어요. 그렇지 않으면 우리들, 아니 우리 역사도 몽땅 없어지는 거죠. 이 모든 건 어른들의 몫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