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롯데홀딩스, 신격호 회장 해임… 명예회장 추대
日롯데홀딩스, 신격호 회장 해임… 명예회장 추대
  • 전민준 기자
  • 승인 2015.07.28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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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주의 난' 실패… 신동빈, 한일 롯데 '원톱' 경영
▲ 롯데그룹은 신격호 총괄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명예회장으로 추대됐다고 28일 밝혔다.왼쪽부터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롯데그룹 2세 후계구도에서 밀려난 신동주 전일본롯데 부회장(61)이 부친이자 창업주인 신격호 총괄회장(94)을 앞세워 사실상의 '쿠데타'를 시도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오히려 '신동빈 1인 경영체제'를 더욱 강화하는 심에 됐다.

28일 일본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新聞) 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본 롯데그룹의 지주사인 일본 롯데홀딩스는 이날 오전 긴급 이사회를 열고 신격호 총괄회장을 롯데홀딩스의 대표이사 회장에서 전격 해임했다.

이에 따라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은 신격호 총괄회장의 차남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맡게 된다. 신동빈 회장은 최근 일본 롯데홀딩스의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전날인 27일 오전 신동주 전 일본 롯데그룹 부회장 등 5명의 친족들과 함께 전세기 편으로 일본으로 건너간 것으로 알려졌다.

94세의 고령으로 거동과 말이 불편한 상태인 신격호 총괄회장의 일본행은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이 주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밀리에 일본에 간 신격호 총괄회장은 27일 오후 일본 롯데홀딩스에 나타나 자신을 제외한 일본롯데홀딩스 이사 6명을 해임했다.

이날 해임된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에는 신동빈·쓰쿠다 다카유키 대표이사 부회장이 포함돼 있다.

갑작스런 해임 소식에 놀란 신동빈 회장 등 일본롯데홀딩스 이사 6명은 “신 총괄회장의 27일 이사 해임 결정은 정식 이사회를 거치지 않은 불법 결정”이라고 규정하며 즉각 반격에 나섰다.

신동빈 회장 등 6명은 이날 오전 일본롯데홀딩스 긴급 이사회를 열고 신 총괄회장을 일본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서 전격 해임하고 명예회장으로 올리는 안건을 통과시킴으로써 '해임 대(對) 해임'으로 맞선 이틀간의 패권전쟁이 매듭지었다.

한국 롯데그룹은 이번 사태와 관련한 입장에서 "일본 롯데홀딩스가 신격호 총괄회장을 명예회장으로 추대하는 결정을 내렸다. 신 명예회장은 앞으로도 한국과 일본의 주요 사안에 대해 보고를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롯데그룹의 이 같은 입장 발표는 창업주인 신격호 총괄회장에 대한 예우 차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의문점은 이처럼 부자(父子)간의 '해임'까지 난무하는 혼란 속에서 신격호 총괄회장의 '후계자 의중'이 실제로 두 아들 중 누구에게 있느냐는 것이다.

작년말 신동주 전 부회장의 잇단 해임과 신동빈 회장의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선임이 신격호 총괄회장의 뜻인지, 아니면 27일 신동빈 회장을 롯데홀딩스 이사에서 해임한 것이 신격호 회장의 진심인지 아직 정확하게 드러나지 않은 상태이다.

일각에서는 고령인 신격호 총괄회장의 상황 판단이 깨끗하지 못한 상태에서 신동주 전 부회장이 배후에서 조종했을 것이라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이번 신격호 총괄회장의 전격 해임에 따라 한·일 롯데그룹의 지배 구조 측면에서는 신동빈 '원톱 체제'가 오히려 더 굳어졌다는 평가다.

하지만 주식 지분을 바탕으로 한 '경영권'을 따져보면 장남 신동주 전 부회장과 차남 신동빈 회장, 두 친형제 사이의 '차이'나 '국적 경계'는 여전히 크지 않아 언제라도 '갈등'이 빚어질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어 귀추가 주목된다.

[신아일보] 전민준 기자 mjje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