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담 화백 “고통스러운 기억 직면해야”
홍성담 화백 “고통스러운 기억 직면해야”
  • 신혜영 기자
  • 승인 2015.07.26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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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스쿠니신사 그림전… “야스쿠니는 전쟁 부르는 상징”

“고통을 숨기거나 피해가지 말고 제대로 보자는 것이다.”

일본 야스쿠니(靖國)신사의 이면에 숨겨진 폭력성을 섬뜩하게 묘사해 도쿄(東京)에 전시한 홍성담(60) 화백은 메시지가 선명한 그림을 그린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홍 화백은 지난 25일 작품을 전시 중인 도쿄의 소극장 ‘브레히트시바이고야’(芝居小屋) 인근에서 인터뷰를 갖고 일본의 패전 70년이 지나도록 일상에 살아 숨 쉬는 ‘야스쿠니즘’(Yasukunism)과 맞서려면 국경을 초월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야스쿠니즘은 미군 해병대원으로 일본 오키나와(沖繩)에 주둔한 이력이 있는 정치학자 더글러스 러미스가 일상에 잠재된 국가주의나 국가의 폭력적 성향을 비꼬며 만든 표현이다.

홍 화백은 “기미가요(일본 국가)를 부르게 하고 히노마루(일본 국기)를 휘날리게 하고 야스쿠니를 참배하게 하는 문화적 상징장치가 국민의 신체와 뇌 속에 국가주의라는 바이러스를 퍼뜨리고 감염시키는 일”이라며 “야스쿠니는 문화적으로 종교적으로 교묘하게 포장됐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사람도 야스쿠니가 무엇인지 잘 모르고 아시아 사람도 잘 모른다”며 그런 가운데 “국가가 애국이라는 이름으로 호명하면 전쟁터에라도 달려나가는 소위 국가주의 동원 체제가 된다”고 우려했다.

홍 화백은 “고통스러운 기억은 지우고 좋은 것만 기억하거나 조작된 전통을 일본 국민에게 주입하는 교육으로는 억압을 이해하고 비판할 수 없다”며 역사를 직면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초기에는 야스쿠니신사 자체를 주로 그리다 이후에는 야스쿠니신사가 현대 일본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주목했고 최근에는 태평양 전쟁에 희생된 아시아 곳곳에 야스쿠니의 ‘검은 그림자’가 드리운 것을 깨닫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 화백은 “전쟁 시기를 찬양하는 야스쿠니가 지금 동아시아에 전쟁을 불러일으키는 문화적 상징이 되고 있다”며 “도쿄 구단(九段)거리의 야스쿠니만을 해결하는 것으로 동아시아에서 야스쿠니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어떤 사람들은 그것이 친일 잔재라고 생각하는데 좀 더 다른 무엇인 것 같다”며 태평양 전쟁 때 벌어진 탄압이나 이런 과정을 거쳐 개인을 억압하는 국가주의가 뿌리내리는 등 곳곳에 스며든 야스쿠니즘이 문제라고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