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효율성과 인권 두마리 토끼 잡겠다”
“수사효율성과 인권 두마리 토끼 잡겠다”
  • 송정섭 기자
  • 승인 2015.07.19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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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수홍 전북경찰청 경위, 주경야독 10년 만에 박사모
 

디지털증거 수집·분석 박사논문

“제가 쓴 논문이 현장에서 뛰는 경찰관과 국민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전북지방경찰청 감사윤리계에 근무하는 윤수홍 경위(46·사진)가 18일 석사과정에 입문한 지 10년 만에 박사학위를 받고서 밝힌 소감이다.

윤 경위는 낮에는 다른 경찰관처럼 근무하고 밤이면 학위를 받은 군산대학교 도서관에 나가 연구하며 ‘주경야독’을 몸소 실천했다.

직장생활과 함께 연구를 진행해야 했기 때문에 학위를 마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의 논문 주제는 ‘경찰의 디지털 증거수집 및 처리에 관한 연구’로 휴대전화와 PC 등 IT 기기가 늘어나는 환경에서 디지털 증거를 어떻게 수집하고 또 이 과정에서 사생활 등 인권을 보호하는 방법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윤 경위는 이 논문을 쓰기 위해 각종 문헌과 연구논문 60여편을 독파하고 사이버수사대 수사관들을 일일이 찾아 인터뷰를 진행했다.

또 현재 이뤄지는 디지털 증거 압수수색 방식을 분석해 경찰이 주장하는 ‘수사의 효율성’과 개인의 ‘인권’이 서로 상충하지 않도록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현재 국내에서 이뤄지는 디지털 증거 수집 방식은 컴퓨터 본체를 통째로 압수하거나 하드디스크 전체를 가져가는 식으로 진행된다”며 “이 과정에서 수사 대상자의 인권과 일상 업무 방해 등 피해가 발생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외국의 사례를 보면 디지털 증거 수집 과정에서 전문 수사요원을 투입해 범죄 혐의를 규명하는 부분만 발췌하거나 압수한 자료를 빠르게 분석한 후 돌려줘 수사 대상자의 인권을 지켜주고 있다”며 “하지만 국내에는 이와 같은 법이나 규정이 없고 전문요원도 부족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래서 윤 경위의 논문은 실제 사례 등을 들어 이런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윤 경위는 박사 논문을 쓰면서도 맡은 업무에서는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였다.

동료 직원들조차 그가 석·박사 과정을 밟았다는 사실을 박사 논문이 완성되고 나서야 알게 됐을 정도다.

한 동료 직원은 “어느 날 윤 경위가 논문이 나왔다며 제본된 두꺼운 박사 논문을 하나 보여주기에 장난치는 줄 알았다”며 “워낙 일을 열심히 하고 성실하게 근무하는 직원이기 때문에 박사학위를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언제 짬을 내 공부를 했는지 신기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윤 경위는 “제 연구가 대단한 내용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현장 경찰관들이 증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과정에서 적법한 절차를 지키는 기준이 되고 증거의 무결성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며 “아울러 수사의 효율성과 국민 인권까지 보호해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초석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