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가보조' 일방감축 지자체 목조르기다
[사설] '국가보조' 일방감축 지자체 목조르기다
  • 신아일보
  • 승인 2015.07.15 18: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자체·민간 부담 커질 수 밖에 없어
주민 삶의 질 높이는 사업 지속 지원

올해 50조원의 국고보조금이 지급되는 사업 가운데 절반 정도는 폐지·감축 등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평가결과가 나왔다.

민간인 위원으로 꾸려진 국고보조사업 평가단은 올해 평가대상에 오른 국고보조사업 1422개 가운데 734개(51.6%)만 정상적으로 추진되고 있을 뿐 절반에 이르는 사업이 애초 목적에 걸맞지 않게 시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에 따라 국고보조사업의 10%를 감축하기로 결정했다.

국고보조금은 민간이나 지방자치단체의 특정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중앙정부가 지원하는 돈이다. 하지만 관리감독이 제대로 안되다 보니 “먼저 보는 사람이 임자”, “눈먼 돈”이라는 비아냥이 끊이지 않았다. 재정이 부족한 지자체는 너도나도 손을 벌렸고 중앙정부는 선심 쓰듯 국고를 내려 보내는 관행처럼 시행돼온 게 사실이다.

올해 국고보조금 증가율은 11.2%로 정부지출 증가율의 두배에 이른다. 국고보조금이 국회의원의 지역구 챙기기 등 정치논리에 따라 증가율이 대폭 증가한 반면 정상 추진율은 2010년 65%였던 것이 지난해와 올해는 절반수준으로 떨어졌다. 국고보조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또한 꼬리를 물고 터져 나온다.

하지도 않은 사업을 허위로 꾸며 보조금을 타내거나 공무원과 사업자들이 중간에서 보조금을 가로채는 사고가 비일비재로 발생한다. 지난해에는 한 대안학교의 전직 교장과 행정실장, 방문요양센터 대표 등이 보조금을 빼돌리다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올해 평가단이 내린 평가를 통해서도 그런 부작용이 얼마나 만연해 있는지 알 수 있다. 사격 국가대표팀 지도자 등은 수년간 선수훈련에 쓰라고 내준 국고보조금 32억 중 12억 원을 가로챈 것으로 검찰·경찰조사에서 밝혀졌다.

평가단은 올해 1213억 원을 받아간 16개 사업을 당장 폐지하는 것을 비롯해 140개 사업을 감축할 것을 권고했다.

기획재정부는 평가단의 권고에 따라 “앞으로 민간이나 지자체나 자체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한 사업을 우선적으로 지원하고 사업성과, 집행률이 저조한 사업은 정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16개 사업을 중단시키고 140개 사업을 줄이겠다고 한 것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기는 하지만 일단 환영할만한 일이다. 구멍 뚫린 국고보조사업에 대한 대대적 수술은 불가피한 선택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국고보조사업에 대한 일방적인 중단이나 감축이 자칫하면 재정압박에 시달리는 정부가 지자체와 민간에 부담을 떠넘기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의 국고보조금 감축은 4년 연속 세수결손으로 재정적자가 해마다 규모가 커지는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사업자체에 문제가 있어 폐지·감축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정부가 재정부족 때문에 지방에 꼭 필요한 사업을 위축시켜서는 안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정부가 재정차원에서 보조금을 없애거나 줄이게 되면 해당사업을 해온 지자체와 민간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어 큰 갈등이 예상된다. 국가보조사업 특성상 정부와 지자체가 함께하는 사업이 많기 때문에 보조금의 일방적 감축 전에 지방세제 개편 등을 사전에 논의 할 필요가 있다.

기재부가 돈줄을 꽉 쥐고 있으면서 일방적으로 삭감해버리면 결국 지자체를 목조르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정부는 방만한 국고보조사업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책을 세우되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사업에 대해선 지속적인 지원이 이뤄지도록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