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방망이 처벌'에 232만명 최저임금 못받아
'솜방망이 처벌'에 232만명 최저임금 못받아
  • 문경림 기자
  • 승인 2015.07.13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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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비정규직 집중 피해… 사업주 처벌은 0.3%에 그쳐
▲ 지난 3일 오후 서울 신촌 일대에서 분장을 한 알바노조 회원이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거리에 눕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최저임금을 못 받는 근로자가 사상 최대인 232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최저임금을 위반한 사업주에 대한 처벌은 1%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나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김유선 선임연구위원이 발표한 '비정규직 규모와 실태'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 현재 최저임금을 못 받는 근로자는 232만6000명으로 전체 근로자(1879만9000명)의 12.4%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3월(231만5000명)을 뛰어넘는 사상 최대의 최저임금 미지급 근로자 수다.

최저임금 미달 근로자 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월 222만1000명으로 최고치를 찍었다가, 경기회복과 함께 하락세를 이어가 2012년 8월 169만9000명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 올해까지 3년 연속 상승곡선을 그려 결국 올해 3월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저임금을 못 받는 근로자는 연령별로는 청년층과 노년층, 학력별로는 대학생, 고용형태별로는 비정규직에 집중됐다.

25∼54세 근로자 중 최저임금을 못 받는 근로자는 5∼10% 수준에 불과했지만, 25세 미만은 무려 28.4%가 최저임금 미지급 근로자였다. 55세 이상도 28.5%에 달했다.

학력별로 보면 대학 재학 중이거나 휴학 중인 근로자의 36.6%가 최저임금을 못 받았다. 이는 중졸 이하 근로자(34.4%)보다 더 높은 수치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들이 최저임금 미지급의 집중적인 피해자라는 뜻이다.

고용형태별로는 정규직 중 최저임금을 못 받는 근로자가 1.7%에 불과한 반면, 비정규직은 무려 25.7%에 달했다.

성별로는 여성 근로자(18.3%)의 최저임금 미지급 비율이 남성(7.8%)보다 훨씬 높았다

올해 3월 현재 최저임금 미지급 근로자 수가 사상 최대를 기록한 데는 정부의 미약한 단속 의지가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최근 3년간 정부의 최저임금법 위반업체 적발건수는 크게 줄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은수미 의원이 고용노동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고용부가 사업장을 단속해 최저임금법 위반을 적발한 건수는 2012년 9051건에서 2013년 5467건, 지난해 1645건으로 급감했다.

고용부 단속이 아닌 근로자들이 스스로 최저임금법 위반 사업주를 신고한 건수는 2012년 771건에서 2013년 1423건, 지난해 1685건으로 급증했다.

최저임금법 위반으로 적발된 사업주에 대한 정부의 제재도 '솜방망이 처벌' 수준에 그쳤다.

2012∼2014년 총 1만6777건의 최저임금법 위반건수 중 검찰 고발 등 사법처리한 건수는 고작 34건에 불과했다. 과태료를 부과한 건수도 14건에 지나지 않았다. 둘을 합쳐도 제재건수는 전체 위반건수의 0.3%에 불과하다.

최저임금을 제대로 주지 않아 적발돼도 근로자에게 미지급 임금을 주는 '시정조치'만 하면 제재를 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최저임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사업주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최저임금을 근로자에게 알리지 않은 사업주는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한다.

고용부 관계자는 "최저임금법을 위반하면 즉시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며 "내년 최저임금 인상이 실효성 있게 지켜질 수 있도록 현장 감독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신아일보] 문경림 기자 rgmo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