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베를린까지 열차로 1만4400㎞ 달린다
서울서 베를린까지 열차로 1만4400㎞ 달린다
  • 온라인뉴스팀
  • 승인 2015.07.12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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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 친선특급 2015' 행사 이틀 앞으로 다가와

▲ 가수 윤종신(46)씨에게 발급된 '서울발 베를린행' 가상 열차 승차권
정·재계와 학계, 문화계 인사와 대학생 등 250여명이 열차를 타고 유라시아를 횡단한다.

이틀 뒤인 14일에 열리는 '유라시아 친선특급 2015' 행사는 유럽과 아시아간 교통·물류 네트워크 구축으로 경제협력을 강화하고 통일의 초석을 닦자는 박근혜 대통령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구상의 일환이다.

12일 외교부와 코레일에 따르면 14일 서울역에서 발대식을 가진 참가자들은 비행기편으로 러시아의 극동 자유항인 블라디보스토크와 중국 베이징으로 이동한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는 특별 전세열차를 타고 아시아와 유럽을 넘어 독일 베를린까지 1만1900㎞를 달리는 '북선' 참가자들이, 베이징에서는 이르쿠츠크까지 2천500㎞를 이동하는 '남선' 참가자들이 열차에 오른다.

지구 둘레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1만4천400㎞의 대장정이 시작되는 것이다.

19세기 중반부터 건설되기 시작한 대륙횡단열차는 이후 100여년이 넘는 세월 동안 세계 물류의 젖줄이 돼 왔다.

특히 1891년 착공해 1916년 완공된 시베리아횡단철도(TSR)는 동쪽 끝 블라디보스토크부터 수도 모스크바까지 무려 9천297㎞를 잇는 세계 최장의 철도이다.

우리 민족 역시 남북분단 이전까지만 해도 대륙횡단열차와 떼어놓을 수 없는 삶을 살아왔다.

1907년 을사조약으로 외교권을 박탈당한 대한제국의 마지막 희망을 품은 이준 열사와 이상설, 이위종 지사가 이 열차를 타고 만국평화회의가 열리는 헤이그로 향했고, 고(故) 손기정 선수도 1936년 이 길을 따라 베를린 올림픽에 출전했다.

만주와 시베리아를 근거지 삼아 일본군에 맞서 싸운 독립군도 이 길을 애용했다.

이준 열사의 외증손자로 친선특급에 타게 된 조근송(60)씨는 "지금 한국은 섬이나 마찬가지이지만, 예전에는 만주 벌판과 시베리아까지가 한국인의 활동영역이었다"면서 "청진에서 무역업을 하시던 아버지도 만주어와 러시아어, 중국어, 일본어 등을 유창히 하셨지만 분단 이후로는 능력을 발휘할 길이 없었다"고 말했다.

사실상의 섬나라가 되면서 우리나라는 상당한 기회비용을 지불해 왔다.

나희승 철도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남북철도와 시베리아 철도를 이용하면 부산-모스크바 기준 물류 운송기간이 14일에 불과하지만, 현재는 바닷길을 이용해야 해 30일 이상이 걸린다"고 말했다.

그런 까닭에 역대 정부는 남북한종단철도(TKR)를 재건해 다시 한 번 한반도와 대륙을 철로로 연결한다는 구상을 꾸준히 추진해 왔다.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을 계기로 화해 모드로 접어든 남북한은 같은해 7월 장관급 회담에서 남북철도 연결에 합의했고, 2007년 12월 경의선 문산-봉동 구간을 오가는 화물열차가 56년만에 처음 상시운행되면서 '대륙철도망' 구축은 눈앞으로 다가온 듯 싶었다.

그러나 보수 성향의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6·15 선언은 시험대에 올랐고, 북한 역시 장거리 로켓 발사와 제2차 핵실험,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 등 도발을 멈추지 않으면서 경의선과 동해선 운행은 2008년말 다시 중단됐다.

대선 과정에서 남북철도 연결을 공약한 박근혜 대통령은 2013년 10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일환으로 부산에서 출발해 북한, 러시아, 중국, 중앙아시아, 유럽을 관통하는 '실크로드 익스프레스'(SRX) 구상을 제안했지만 전제 조건인 남북관계 개선은 이후 1년 9개월 동안 실질적 진전을 보지 못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와 드레스덴 구상,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등의 기본은 남북 당국간 대화와 민간급의 교류협력이지만 이 부분이 전혀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가 실현된 미래를 일반 국민들이 직접 체험해 보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친선특급은 우리 정부가 남북 관계를 개선해서 유라시아로 뻗어나가려는 열망이 그만큼 강하다는 것을 보이는 하나의 이벤트이고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면서 "이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지난해 중순 이후 벌써 7차례에 걸쳐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정상회담을 했고, 국제 사회의 여러 공식석상에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소개하고 지지를 얻어냈다"면서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상당한 성과를 올렸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역시 한국측이 노력을 하지 않았다기보다는 내부적 이유로 호응을 하지 않는 것"이라면서 "언제 때가 올지 모르는 만큼 한반도의 신뢰와 평화를 구축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꾸준히 추진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아일보] 온라인뉴스팀 web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