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올 경제성장률 전망 3.1%→2.8%로 낮춰
한은, 올 경제성장률 전망 3.1%→2.8%로 낮춰
  • 전호정 기자
  • 승인 2015.07.09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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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가뭄 타격… 이주열 "추경 수립·집행 등 불확실성 높아"
▲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9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은 본관 기자실에서 통화정책방향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한은은 이날 이 총재 주재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5%로 동결했다.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지난 4월 예측한 3.1%에서 2.8%로 하향 조정했다. ⓒ연합뉴스

한국은행은 9일 올해 경제성장률이 2.8%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정부가 올해 성장률로 기대하고 있는 3.1%보다 0.3%포인트나 낮은 수치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1.50%로 동결한 뒤 올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4월 발표한 3.1%보다 0.3%포인트 하향 조정해 이같이 밝혔다.

한은은 지난 1월 3.4% 경제성장을 전망한 이후 4월 3.1%, 6월 2.8% 등 계속해서 0.3%포인트씩 낮추고 있다.

이 총재는 성장률 하향 조정 배경에 대해 "수출이 부진하고 메르스 사태와 가뭄 등의 영향으로 2분기 성장률이 예상보다 크게 낮아진 것으로 추정됐기 때문"이라며 "그중에서 메르스의 영향이 더 컸다"고 설명했다.

그는 "4월 전망에서는 금년 2분기 성장률을 (전기 대비) 1.0%로 예상했다"며 "그러나 예기치 않았던 메르스 충격과 가뭄 피해가 겹치면서 2분기 성장률을 당초 전망보다 크게 낮은 0.4% 정도로 추정한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메르스 사태 진정으로 소비가 개선되고 있지만, 아직은 메르스 사태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지는 못했다고 전했다.

그는 다만 "3분기 이후에는 지난 분기의 일시적 충격에 따른 영향이 줄어들면서 완만하지만 다시 회복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대내적 요인 이외에도 미국의 금리 인상, 그리스 사태, 중국의 성장세 등에 따라 하방 위험 요인이 있다며 이같은 대외 여건에 따라 성장경로가 정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 총재는 "국내 증시는 밸류에이션(가치평가) 측면에서 버블 논란이 있는 중국 증시와는 다르다"면서도 "한국과 중국의 상호 연관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중국 증시의 파급 효과를 가볍게 볼 수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리스 사태와 관련해서도 "그렉시트(그리스 유로존 탈퇴)가 현실화하면 국제금융시장의 가격 변수 및 자본 흐름 변동성이 크게 확대돼 그 영향에서 우리나라도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며 "정부와 긴밀히 협의해 시장안정화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은은 소비자물가상승률은 4월 전망치인 연평균 0.9%를 유지했다. 농산물·석유류 제외지수는 2.2%, 식료품·에너지 제외지수는 2.3%로 각각 예상했다.

유가하락에 따른 소비자물가 하락효과는 올해 말까지 지속되다가 내년 초 소멸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출부문별로 보면 민간소비는 메르스 사태가 진정되면 회복흐름이 재개될 것으로 전망했다. 소득 여건이 개선되는 가운데 주택시장 호조가 이어지면서 증가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가계부채가 계속해서 누적되고 주거비 부담이 확대되는 등 구조적 제약 요인도 상존하고 있다. 전세가격 상승세가 빨라지고 월세전환도 확대되면서 소비성향이 높은 임차가구의 주거비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민간소비 증가율은 올 상반기 1.7%, 하반기 2.0% 등 연간 1.8% 증가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설비투자는 조정과정이 마무리되면서 증가세가 점차 확대될 전망이다. 주력 투자업종의 해외수요 여건 개선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은 "IT부문의 경우 비메모리 반도체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가운데 시장지배력 유지를 위한 설비확충 및 고도화 투자가 지속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공공부문 투자도 에너지 공기업을 중심으로 점차 확대될 전망이다.

지식재산생산물 투자는 R&D투자를 중심으로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건설투자는 주거용 건물을 중심으로 증가세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설비투자 성장률은 5.4%, 지식재산생산물투자 4.5%, 건설투자 3.6%로 각각 전망됐다.

올해 수출 증가율은 1.5% 수준에 그쳤다. 상반기에는 -1.0%로 오히려 감소세를 보이지만 하반기에는 3.9% 성장으로 개선흐름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수입 증가율은 1.7%로 내다봤다.

올해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4월 예상치인 960억달러보다 더 늘어난 980억달러로 전망했다. 천연가스, 석탄의 수입가격 하락 등으로 수출보다 수입 감소가 크게 나타나면서 상품수지 흑자폭이 상향 조정됐다. 2016년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880억달러 내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취업자수는 33만명 내외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으며 실업률은 3.7%, 고용률은 60.3% 수준으로 예상했다. 2016년 취업자수는 34만명으로 내다봤다.

향후 성장경로에는 상·하방리스크가 비교적 균형을 이루고 있으나 불확실성은 커졌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 총재는 정부 추경안의 효과에 대해 정부 분석과 마찬가지로 성장률을 0.3%포인트 높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 총재는 "작년 하반기 이후 금리를 네 차례 내렸지만 성장률 전망 수준을 달성하기 위해 금리를 낮추거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대외 여건 변화와 경제활동 위축으로 인한 저성장 고착화를 방지하기 위한 차원에서 정책입장을 취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노동시장 생산성 향상 등을 통한 경제 체질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한 정책 방향으로 본다"고 말해 구조개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신아일보] 전호정 기자 jhj@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