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발이식 중 마취사고로 식물인간… 병원이 7억 배상해야
모발이식 중 마취사고로 식물인간… 병원이 7억 배상해야
  • 김가애 기자
  • 승인 2015.07.09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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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부실한 장비 사용… 응급조치 미흡" 의사 과실 인정

성형외과에서 모발이식 수술 중 마취사고로 식물인간 상태가 된 피해자에게 병원이 7억여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김종운 부장판사)는 의료사고를 당한 A씨가 서울 강남의 모 성형외과 원장 이모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7억24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9일 밝혔다.

대학교수였던 A씨는 2013년 1월 이씨가 운영하는 병원에서 모발이식수술을 받던 중 산소포화도가 급격히 떨어져 인근 대학병원으로 옮겨졌고, 저산소증 뇌손상으로 결국 식물인간이 됐다.

법원은 이날 시술 과정에서 환자를 세심히 감시할 필요가 있음에도 피고는 산소포화도 측정기를 환자의 손가락에서 측정기가 빠져도 경고음이 울리지 않는 부실한 장비를 사용했다"며 의사의 과실을 인정했다.

또 "산소포화도가 떨어진 것을 확인한 즉시 곧바로 고용량(1분당 15ℓ)의 산소를 공급하는 등 응급조치를 취했어야 함에도 1분당 5ℓ의 산소를 공급하는 데 그쳤을 뿐만 아니라 대학병원으로 이송될 때까지도 강심제 등 응급약물을 투여한 바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의사의 이러한 과실과 A씨의 저산소성 뇌손상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해 배상책임이 있다고 봤다.

다만, 프로포폴의 용량이나 투여방법 자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점, 프로포폴 투약의 부작용인 무호흡 증상이 나타난 데에는 A씨의 체질적인 요인도 있어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해 배상 책임을 40%로 제한했다.

[신아일보] 김가애 기자 gakim@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