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사퇴… 헌법 1조 언급은 朴대통령 겨냥?
유승민 사퇴… 헌법 1조 언급은 朴대통령 겨냥?
  • 전민준 기자
  • 승인 2015.07.08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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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 꿈을 위한 길 계속 가겠다"
사퇴 요구의 '비민주성' 정면 비판 발언… 당청관계 '회복불능' 우려도
▲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8일 국회 정론관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하는 도중 착잡한 표정을 짓고 있다.ⓒ연합뉴스

"정치생명을 걸고 헌법 1조 1항의 지엄한 가치를 지키고 싶었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8일 자신의 거취를 논의했던 의원총회 결과를 수용하면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김무성 대표로부터 추인 소식을 직접 전해들은 유 원내대표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정론관으로 곧바로 이동해 미리 준비해둔 사퇴회견문을 담담히 읽어나갔다.

유 원내대표는 "평소 같았으면 진작 던졌을 원내대표 자리를 끝내 던지지 않았던 것은 제가 지키고 싶었던 가치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그것은 법과 원칙, 그리고 정의"라고 강조했다.

그는 "오늘 아침 여의도에 오는 길에 지난 16년간 매일 스스로에게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 묻던 질문을 또 했다"며 "정치는 현실에 발을 딛고 열린 가슴으로 숭고한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진흙에서 연꽃을 피우듯, 아무리 욕을 먹어도 결국 세상을 바꾸는 것은 정치라는 신념 하나로 저는 정치를 해왔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유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해 자신의 사퇴를 요구한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민주공화국'이라는 대한민국의 정치체제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는 비판이 포함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유 원내대표가 사실상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계기로 자신을 퇴진시킨 행위는 비민주적이고 정의롭지 못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일방적 힘의 논리를 통해 의원들에 의해 선출된 여당 원내대표를 마음에 들지않는다고 '찍어 내리듯' 물러나게 했다는 유 원내대표의 인식이 깔린 것이라는 풀이다.

유 원내대표는 또 회견문에서 '따뜻하고 정의로운 보수'나 '진영을 넘어 미래를 위한 합의의 정치' 등 지난 4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강조했던 자신의 정치철학을 언급한 뒤 "더 절실한 마음으로 그 꿈을 이루기 위한 길로 계속 가겠다"고 적었다.

이어 "저와 꿈을 같이 꾸고 뜻을 같이 해주신 국민들, 당원 동지들, 그리고 선배 동료 의원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했다.

이같은 표현은 정치철학을 구현하기 위한 독자적인 길을 본격적으로 걸어가겠다는 것을 암시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는 이날 사퇴선언문을 통해 "오늘이 다소 혼란스럽고 불편하더라도 누군가 그 가치에 매달리고 지켜내야 대한민국이 앞으로 나아간다고 생각했다"며 "지난 2주간 저의 미련한 고집이 법과 원칙, 정의를 구현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다면 저는 그 어떤 비난도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유 원내대표가 박 대통령을 겨냥해 이처럼 비판적 견해와 불편한 심겸을 가감없이 그대로 드러냄으로써 향후 양측간 관계는 사실상 회복불능으로 빠진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편, 유 원내대표는 늘 그렇듯 사퇴 회견문도 직접 쓴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국회 운영위원회 회의를 마치고 의원회관에 틀어박힌 채 자정까지 문구를 다듬었다는 후문이다.

[신아일보] 전민준 기자 mjje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