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외무상 "조선인 강제노동 인정한 것 아냐"
日 외무상 "조선인 강제노동 인정한 것 아냐"
  • 온라인뉴스팀
  • 승인 2015.07.06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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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유산등재 관련 日성명문구 'forced to work' 한일 각자 해석

▲ 일본 정부가 추천한 23개 산업 시설이 5일 세계유산에 등재되자 이 소식을 전해 들은 주민들이 시즈오카(靜岡)현 이즈노쿠니(伊豆の國)시에서 미리 준비한 축하용 소품을 터뜨리면서 환호하고 있다.ⓒ연합뉴스
진통 끝에 일본 산업시설들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록됐지만, 일본 측에서 강제노동을 부인하는 언급이 나와 논란이 예상된다.

사토 구니(佐藤地) 주유네스코 일본 대사는 5일 독일 본에서 열린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영어로 "Japan is prepared to take measures that allow an understanding that there were a large number of Koreans and others who were brought against their will and forced to work under harsh conditions in the 1940s at some of the sites, and that, during World War II, the Government of Japan also implemented its policy of requisition"이라고 언급했다.

사토 대사의 언급에 대해 우리 정부는 비공식 번역문을 통해 "일본은 1940년대 일부 시설에서 수많은 한국인과 여타 국민이 본인의 의사에 반해 동원돼 가혹한 조건하에서 강제로 노역했으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정부도 징용 정책을 시행하였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를 취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해석했다.

특히 우리 정부 당국자는 "일제강점기 한국인들이 자기 의사에 반해 노역하였다는 것을 사실상 최초로 일본 정부가 국제사회 앞에서 공식적으로 언급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면서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그러나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은 세계유산위원회의 등재 결정 직후 도쿄에서 기자들에게 사토 대사의 언급에 대해 "강제노동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고 일본 언론이 6일 전했다.

또 일부 일본 언론이 일본 정부의 가번역본이라며 공개한 부분에도 'forced to work'라는 부분을 '일하게 됐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 수동형 표현인 '하타라카사레타'(人변에 움직일 動+かされた)로 표현했다.

영어 표현 'forced'는 강제성을 담고 있지만, 일본어 표현 '하타라카사레타'는 '억지로 일했다' 또는 '일하게 됐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 표현이다.

즉, 남의 지시나 명령에 의한 것 뿐 아니라 특정한 환경 및 상황에 의해 일하게 됐을 때 쓸 수 있는 표현이다. 결국 'forced'에 담긴 강제성을 충분히 반영한 해석으로 보기 어려운 것이다.

이 같은 정부의 가번역은 아사히 뿐 아니라 교도통신과 도쿄·마이니치·니혼게이자이 등 여러 신문에 인용됐다. 요미우리신문만이 일본 정부 가번역본을 이용하지 않은 채 'forced to work'를 '노동을 강요당했다'로 해석한 기사를 실었다.

이에 따라 강제노역이라는 표현을 크게 훼손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토 대사의 발언이 주석(footnote)와 연계돼 일본의 산업혁명시설 세계유산 등재 결정문에 우회적으로 반영된 강제노역의 해석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면 한일간 관계개선에 호재가 아닌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한일 양국이 국교정상화 50주년을 계기로 관계개선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 만큼 강제노역 해석을 둘러싼 전선확대는 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신아일보] 온라인뉴스팀 web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