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은행영업 중단에 소비 70% '뚝'
그리스 은행영업 중단에 소비 70% '뚝'
  • 온라인뉴스팀
  • 승인 2015.07.02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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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강제휴가에 월급 미지급도…성수기 맞은 여행업계는 '찬바람'
▲ 그리스 시민들이 예금을 인출하기 위해 아테네의 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 몰려와 있는 모습.ⓒAP=연합뉴스

 "은행영업 중단과 자본통제 조치가 내려진 29일부터 손님이 한 명도 없었습니다. 대대로 80년간 운영해온 술집인데 이런 적은 처음이네요."

그리스 아테네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기오르고스 쿠라시스의 얘기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손님을 기다리고 또 기다렸지만 결국 아무도 오지 않았다.

영국 일간 가디언이 1일(현지시간) 상점의 휴업과 공장의 가동 중단이 속출하는 그리스의 모습을 전했다. 은행 영업중단과 현금 인출제한 조치가 시작된 지 72시간도 되지 않았지만 소비가 70%나 급감하는 등 그리스 국민의 삶이 휘청이고 있었다.

기업 곳곳이 직원에게 국민투표가 시행되는 5일까지 강제휴가를 가도록 했다. 규모가 있는 여러 기업에서 월급을 주지 않는 일마저 생겼다.

거리의 식당은 비고 현금인출기 앞에만 줄이 길었다. 아테네 피레우스항의 페리호에는 승객을 찾아보기 어려웠고 대중교통도 연료 절감을 위해 운행이 감축됐다. 슈퍼마켓에서는 식품 사재기에 나선 이들을 볼 수 있었다.

쿠라시스는 어쩔 수 없이 가게 직원을 자르기로 했다. 그는 "우리야 가족사업이니 문을 열 수는 있지만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문을 열 수 없는 가게가 많다고 들었다"면서 "내일 무슨 일이 있을지 몰라 사람들이 돈을 쓰는 데 매우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현금 인출이 하루 60유로로 제한되면서 소비심리는 더욱 얼어붙었다. 은행에 현금이 떨어지는 게 시간문제라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인출제한 한도가 20유로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걱정마저 나오고 있다.

28만 중소기업을 대표하는 그리스상업연합회의 바실리스 코르키디스 회장은 "소비가 70% 급감했다. 서로 아무도 믿지 않고 도소매간 거래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리스가 식품과 원자재 절반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지만 은행 영업중단으로 대금을 지불할 방법이 없어 현지 기업들이 고통받고 있다면서 "이번 주야 재고가 있어 어떻게든 버티겠지만 다음 주는 어찌 될지 모른다. 겪게 될 것이라고 생각해본 적 없는 일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리스 유력 일간지 타네아는 발행 지면을 줄였다. 현안에 대한 신문사의 의견을 싣는 사설란에는 남은 종이가 며칠 분밖에 되지 않으며 은행이 문을 닫아 종이를 새로 사올 수 없다는 우울한 소식이 실렸다.

여름휴가철 성수기를 맞은 여행업계에도 찬바람이 부는 건 마찬가지다. 그리스행 항공편과 여행예약이 40% 줄었다는 보도가 나오고 미국 여행사들이 입금을 대거 취소하면서 호텔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이오아니스 레트조스 그리스호텔경영자연합 회장은 가디언에 "미국 여행사들은 은행거래 준비가 돼 있었는데 미국 당국의 경고로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신아일보] 온라인뉴스팀 web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