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닻 올렸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닻 올렸다
  • 신혜영·전호정 기자
  • 승인 2015.06.29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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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지분율 5위 확정… '상임이사국·부총재' 확보 가능성 높아
▲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협정문 서명식' 참석차 중국 베이징을 방문 중인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9일 오후(현지시간) 조어대에서 열린 특별재무장관회의에서 총재선출 절차와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중국이 주도하는 새로운 국제금융기구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 사실상 29일 공식 출범했다.

중국 정부는 이날 오전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한국과 러시아, 인도, 독일, 영국 등 AIIB 57개 회원국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AIIB 협정문' 서명식을 개최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 대표로 참여해 AIIB 협정문에 공식 서명했다.

이에 따라 참가국 10개 이상, 지분율 50% 이상이 국회 비준을 마치면 협정문이 발표돼 AIIB가 출범한다. 비준동의 기한은 2016년까지다.

협정문에 따르면 AIIB의 수권자본금은 1천억 달러(출범시 청약자본금은 982억 달러)이며 이중 납입자본금 비율은 20%, 역내국 지분 비중은 75% 이상이다.

지배구조는 총회, 이사회, 총재 및 1인 이상의 부총재와 임직원으로 구성된다.

이사회는 비(非)상주로 출범하되 총회 의결에 의해 상주화가 가능하며 모든 투자결정에 대한 권한을 보유하게 된다.

중국은 출자비율(지분율)에서 30.34%로 1위를 차지했고 투표권도 25%가 넘는 26.06%를 확보해 사실상 주요 안건에 대한 거부권을 확보했다.

그러나 미국, 일본 등 주요 경제대국이 추가로 참가한다면 중국의 지분율이 25% 미만으로 떨어져 거부권을 상실할 가능성도 있다.

지분율의 경우, 중국에 이어 인도(8.52%), 러시아(6.66%), 독일(4.57%)이 각각 2~4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37개 아시아 회원국 중 4위, 57개 전체 회원국 중 5위인 3.81%의 지분율을 확보했다. 투표권은 3.50%다.

특히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비슷한 호주(지분율 3.76%·투표권 3.46%)와 인도네시아(3.42%·3.17%)보다 앞섰다.

기재부에 따르면 지분율 5위는 한국이 가입한 국제금융기구 중 가장 높은 순위로, 우리나라는 앞으로 아시아 인프라 투자에 상당한 발언권을 확보하게 될 전망이다.

특히 한국은 회원국들을 묶어 공동이사국을 구성한 뒤 상임이사국 지위를 확보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AIIB 상임이사 12명 가운데 우리나라가 단독 상임이사로 진출하는 것은 어려울 전망이다. 상임이사는 4.5% 이상의 투표권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 단독으로 가진 투표권은 3.5%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한국에 배당된 자본금 37억4000만 달러 가운데 실제 납입금액은 7억5000만 달러이며 향후 5년간 분할 납입될 예정이다.

우리 정부는 AIIB 출범이 인프라 분야에서 경쟁력 있는 한국 기업들과 금융기관의 사업참여 기회가 확대되는 등 관련 산업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경환 부총리는 전날 사전 브리핑에서 북한은 AIIB 회원국은 아니지만, 지원 필요성이 제기되고 환경 여건이 충족된다면 AIIB를 통해 북한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리 정부는 하반기에 계속될 협상에도 적극 참여하는 한편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 운영, 한국인의 AIIB 진출 지원, 지분율에 걸맞은 이사직 확보 등을 통해 이사와 부총재 등 요직 배출을 위한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중국은 AIIB를 통해 국내의 구조적인 경제 문제를 해결하고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와 연계시켜 새로운 경제 동력으로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AIIB는 아시아 지역의 부족한 인프라 투자를 지원함으로써 아시아의 경제·사회발전을 촉진하고 부를 창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국제연구기관 등에 따르면 아시아의 인프라 투자 수요는 연간 7300억달러로 추정되지만 실제 투자되는 자금은 연간 2360억달러에 불과하다.

따라서 중국은 AIIB를 통한 인프라 투자 확대를 통해 내부적인 과잉생산 문제를 해소하고 육·해상 실크로드를 구축해 경제 패권을 이룬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서명식 직후 최 부총리를 비롯한 주요국 대표단을 초청한 간담회에서 AIIB의 목적에 대해 "아시아 지역 인프라 건설과 상호연동·상호연결 추진, 지역협력 심화, 공동발전 실현에 있다"면서 "중국의 종합국력이 부단히 발전함에 따라 국제발전 사업을 위해 최선의 공헌을 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신아일보] 신혜영·전호정 기자 hyshin@shinailbo.co.kr, jhj@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