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법 거부권 후폭풍… 정치 일정 전면 중단 위기
국회법 거부권 후폭풍… 정치 일정 전면 중단 위기
  • 전민준 기자
  • 승인 2015.06.25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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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vs야·당vs청·입법vs행정' 다면 충돌 양상… 정국 급냉
새누리, 내홍 휩쌍일 가능성… 새정치연합, 의사일정 전면 거부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한 데 대해서 정의화 국회의장은 재의결에 부치겠다고 밝히는 등 정치권에 몰아닥친 후폭풍이 심상치 않다.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대(對) 국회 관계는 물론이고 당청 관계, 여야 관계 등 전방위 영역에서 '폭탄'을 떨어뜨린 형국이다.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이종걸 원내대표 등이 25일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 대책논의를 위해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연합뉴스
우선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모든 국회 의사일정 협의를 중단키로 함에 따라 현재 진행 중인 6월 임시국회는 물론 앞으로 정치 일정이 전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삼권분립이라는 황금률의 삼각형 한 축이 일그러져 버렸다. 지금이라도 완전한 삼각형으로 복원하도록 노력하겠다"면서 "우선 국회의장이 재의 안건을 부의하는 일정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런 프로세스가 진행되기 전까지는 모든 여야 협상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여야의 대립도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새누리당은 대통령의 뜻을 존중하겠다고 밝혔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은 여야 합의 파기라면서 강력 반발하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거부권 발표 직후 기자 간담회에서 "국회의원들이 이 법이 위헌성이 있다는 것을 알고 통과시킬 수는 없는 문제 아니냐"면서 "불가피하게 거부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는 대통령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이날 긴급 최고위원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 당은 국가적 위기 상황 속에서 정쟁을 피하기 위해 국회의장의 중재안을 대승적으로 받아들였다"면서 "대통령께서 이(중재안) 마저도 거부한다는 건 야당, 국회, 국민과 싸우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새정치연합은 단순한 재의가 아니라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재의결을 원하고 있고, 새누리당은 이를 거부함에 따라 결국 여야간 충돌은 배재할 수 없어 보인다.

이처럼 여야 관계가 급속이 얼어붙으면서 국회에 계류돼 있는 각종 정책 법안의 처리에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당초 이날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던 '크라우드펀딩법'이라 불리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법', '대부업법' 등 민생경제법안 등이 표류할 가능성이 커졌다.

▲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유승민 원내대표와 김무성 대표가 고민스러운 표정으로 앉아 있다. ⓒ연합뉴스
당청관계에 있어서도 거부권 행사 자제를 요청해온 비박(비박근혜)계와의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여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비박계 지도부와의 관계 개선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큰 뇌관은 국회법 개정안 협상의 당사자였던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다.

유 원내대표는 자신의 거취에 대한 즉답을 피했지만 이르면 이날 오후 의원총회에서 거취문제를 포함한 자신의 입장을 밝힐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는 10개월도 남지 않은 내년 4월 총선 공천권을 둘러싼 헤게모니 다툼과도 연결 짓는 시각이 많다.

거취 문제와는 별도로 유 원내대표로서는 국회로 되돌아온 국회법 개정안의 처리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도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입법부와 행정부간의 힘겨루기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이번 논란 자체가 정부의 권한인 시행령에 대한 국회의 '수정·변경' 권한을 강화하려는 데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당장 8월까지 정부 예산 결산이 예정돼 있고, 9월부터는 내년도 예산 심의를 위한 정기국회가 예정돼 있어 입법부와 행정부간 힘겨루기가 연말까지 장기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신아일보] 전민준 기자 mjje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