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아시론] 탁상행정이 ‘메르스’를 키웠다
[신아시론] 탁상행정이 ‘메르스’를 키웠다
  • 신아일보
  • 승인 2015.06.24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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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영제 대전과학기술대 교수·행정학박사

 
우리 속담에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가 있다.

어떤 일이 커지기전에 처리했으면 쉽게 해결될 수 있었던 것을 방치했다가 나중에 큰 힘을 들이게 된다는 뜻이다. 온 국민이 공포에 시달리고 있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에 대한 정부의 대처를 보면 이 속담이 제격이다.

정부는 매년 5월 초순이면 어김없이 하절기 비상방역근무체제를 구축·운영한다.

여름철 수인성 설사 질환자의 증가와 해외유행 감염병의 국내 유입 등에 대비하기 위한 이 대책은 이번 해외 감염병인 메르스 유입을 차단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감염확산을 막지도 못했다.

그래서 보여 주기 위한 탁상행정이란 비난이 거세다.

이 대책에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지정한 오염지역 여행객 중 감염 증상을 보인 거주자에 대해서는 추적 조사를 펼치게 돼있다.

또 감염병에 대한 적시 대응을 위해 의사 및 임상병리사 등 의료 종사자와 식품위생감시원, 소독요원 등으로 구성된 역학조사반도 운영한다.

특히 역학조사반은 예방접종, 사례 조사, 인체 검사, 방역소독, 교육·홍보 등 역할을 맡아 예방부터 발병 후 사후 처리까지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24시간 비상대응체계를 유지한다는 계획도 포함 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지켜진 것이 없다.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국민안전과 관련한 탁상행정은 또 있다.

세월호 사고 이후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재난 컨트롤타워로 국민안전처를 만들었다. 그런데 이 부처는 국민적 대재앙으로 번지고 있는 메르스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데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전염병 방역의 손발이 될 지자체와 보건소 등은 행정자치부 소관으로 남아 있음에도 애초에 안전처에서 전염병 대처의 손발 기능이 빠졌다. 이 부처는 옛 행정안전부에서 재난·재해와 비상사태 업무를 분리하고, 소방방재청과 해경을 결합해 설립했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장차관이 모두 군 출신으로 다양한 재난에 대응할 전문성을 약화시켰다.

감염병은 특수 분야다. 그래서 안전처가 직접 나서지 않고 후방에서 지원업무를 한다는 것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이런 안전처의 역할이 ‘옥상옥’이란 지적이다.

행정자치부와 안전처가 이중으로 보고를 요구하면서 방역실무를 해야 할 공무원들이 불필요한 서류작업을 해야 하는 부담만 가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5월 미국(플로리다 주)에서도 메르스 환자가 발생했다. 하지만 의료진이나 환자가족 중 한 명도 감염되지 않았고 환자들도 완치됐다. 당시 해당 병원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및 주 보건 당국과 협의를 한 뒤 먼저 메르스 발병 사실을 공개했고, 적극적 격리 치료를 한 결과 짧은 시간에 메르스를 극복했다.

정보를 명확하고, 투명하게 낱낱이 공개한 결과라는 평가다. 메르스 사태와 관련 우왕좌왕 하는 우리 정부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대목이다. 

/우영제 대전과학기술대 교수·행정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