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북한인권사무소 개소… 남북관계 '냉각' 전망
유엔, 북한인권사무소 개소… 남북관계 '냉각' 전망
  • 박재연 기자
  • 승인 2015.06.21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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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인권침해 '최전선'서 북한인권 감시… 북한은 강력 반발
▲ 유엔 북한인권사무소가 개소를 앞두고 공식 트위터와 페이스북 페이지를 개설했다. 18일 유엔 인권기구는 서울사무소 공식 트위터와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유엔인권기구 서울사무소가 곧 열린다"며 "사무소는 북한 인권 상황을 감시하기 위해 세워질 예정"이라고 소개했다.(사진=페이스북 캡처)

북한의 인권문제를 감시하는 유엔 인권기구 서울사무소가 오는 23일 서울 종로구 글로벌센터에서 개소한다.

이에 북한은 사무소가 설치되기도 전부터 위협과 비난을 퍼붓고 있어 앞으로의 남북관계가 한층 더 얼어붙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설치되는 유엔 인권기구 서울사무소의 역할은 무엇보다 북한의 인권 침해 문제에 대한 유엔 차원의 대응을 위한 기구다.

서울사무소는 5명 가량의 직원으로 구성되며, 모레 개소식에는 자이드 라드 알 후세인 유엔 인권최고대표가 참석할 예정이다.

현재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서울사무소장을 내정했고, 직원 선발도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무소의 역할은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가 1년간의 조사 활동을 정리해 지난 2월 발표한 보고서에 기반한다.

위원회는 당시 보고서에서 북한에서 반(反) 인도 범죄가 자행되고 있다며 책임 추궁 등의 후속 조치를 위한 조직 설치를 제안했다.

이후 유엔 인권이사회가 이러한 권고 사항이 담긴 대북 인권 결의안을 채택하면서 COI 권고가 인권이사회 차원의 법적 의무가 됐고, 우리 정부는 사무소의 서울 설치를 위해 유엔 인권최고대표(OHCHR) 등과 협의를 진행했다.

협의 결과 지난 5월 대한민국 정부와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는 '인권최고대표사무소 현장기반조직의 대한민국 내 운영에 관한 교환각서'를 체결하고 사무소 설치를 위한 1차적인 법적 준비를 완료했다.
교환각서는 사무소의 역할을 북한 인권상황 관찰 및 기록 강화, 책임규명 보장, 유관국 정부·시민사회의 역량 강화, 지속적인 홍보 등으로 규정했다.

각서에는 또 정부 당국이 '조직 공관의 안전 및 보호를 보장하기 위해 적절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 '사무소가 주관하는 회의, 세미나, 교육과정, 심포지엄, 워크숍 참가자의 표현의 자유를 존중할 것' 등의 운영 조건도 포함됐다.

즉 사무소는 국제적인 이슈가 된 북한의 광범위한 인권 침해 문제에 대해 '최전선'인 남한에서 조사, 홍보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대응해 나가기 위한 현장조직인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 사무소가 개소하면 북한의 강력한 반발이 이어지면서 남북관계가 더 얼어붙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지난달 29일 서기국 보도를 통해 "유엔 북인권사무소가 서울에 끝끝내 설치된다면 공공연한 대결 선포로 간주하고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무자비하게 징벌하겠다"고 위협했다.

조평통은 "서울에 '북인권사무소' 문패가 달리는 순간부터 박근혜 일당은 용서를 모르는 우리의 백두산 총대의 첫 번째 타격 대상이 되어 가장 비참한 종말을 고하게 될 것"이라며 험악한 발언을 쏟아냈다.

북한은 "사회주의 제도 아래서 인민들은 모든 권리를 누리고 있다"며 국제사회의 인권 문제 지적을 일종의 '내정 간섭'으로 여기며 불쾌해했다.

지난 15일 유럽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김영호 주제네바 북한대표부 참사관은 "유엔 북한인권사무소는 진정한 인권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인권의 정치화일 뿐이며 북한의 사회주의 체제를 전복하려는 정치적 음모"라고 비난한바 있다.

북한인권사무소가 개소하면 북한의 이러한 반발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광복 70주년을 맞아 남북 민간단체가 공동으로 개최하려던 8·15 행사 등 앞으로의 '관계 회복 시도'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본격적인 운영에 앞서 사무소 직원들은 국내 탈북자 및 북한 인권 민간단체와 접촉면을 넓히기 위한 방안과 향후 활동 방향을 논의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신아일보] 박재연 기자 jypark@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