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병문안 문화 바꿔야 제2 메르스사태 막는다
[사설] 병문안 문화 바꿔야 제2 메르스사태 막는다
  • 신아일보
  • 승인 2015.06.18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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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분별 문병 관습·보호자 간병인 없애야
병실 내에서 손세정·마스크 착용 의무화

병문안을 다녀온 일가친척 5명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자로 판정 받아 그중 1명이 사망하고 나머지 4명은 격리치료를 받고 있다.

이렇게 간병이나 병문안을 갔다가 메르스에 감염되는 사례가 속속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병원 방문으로 존재하는 지도 잘 몰랐던 중동의 바이러스 때문에 날벼락을 맞은 꼴이다.

메르스 확진자의 감염 유형 분석 결과을 보면, 감염자와 함께 병원에 있었던 환자 그리고 방문객의 감염 사례가 83%에 달했다. 또 병원에 갔던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가 가족에게 옮기면서 추가 감염되는 전파 악순환이 일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의 병문안 문화가 메르스 확산의 중요 역할을 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진료기록이 남아 있는 환자들과 달리 가족, 친지, 지인 등 동행자는 방문 사실을 파악하는 것 조차 쉽지 않아 감염 역학조사를 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정부의 메르스 현황 조사에도 혼선을 불러왔다.

사상 유례없는 메르스 사태로 문병과 간병 문화가 따가운 눈초리를 받고 있다.

특히 면연력이 약한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 친지들의 병문안을 보면 이대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사회 정서상 아는 사람이 입원하면 병문안을 가야 하고 또 가족이 입원할 경우에는 돌아가며 환자 곁에서 병간호를 해야 도리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런 인식부터 고쳐야한다.

외국의 경우에는 환자의 정서안정 및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되면 가족들이 병원에 머무르기도 하지만 주로 병실 밖에서 대기하며, 이때도 마스크 등을 착용 사전에 감염예방 조치를 취하고 있다.

특히 한국처럼 침대를 두고 숙식까지 하며 간병하는 것은 허용되지도 않을 뿐 아니라 상상하기도 힘들다.

원칙적으로 병원이 담당해야 할 환자 관리가 간호 인력 부족으로 환자 가족들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이 때문에 환자 가족들이 병원을 자주 방문하게 되는 원인으로 꼽힌다.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이 실시한 간호 서비스 실태 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간호 인력 1명이 담당하는 환자는 3.6명이고, 일본도 8.0명 수준이었다. 하지만 한국은 미국의 5배가 넘는 19.2명에 이른다고 한다.

간호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환자는 보호자나 간병인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시범 운영 중인 ‘포괄간호서비스’확대할 필요가 있다.

또한 무분별한 병원 방문도 통제해야 한다. 병문안 시 의료진과의 사전 협의를 거쳐 가능한 면회 일시 및 시간을 사전에 협의하고, 면회를 가더라도 병실 내에서 손세정과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해야 한다.

이런 엄격한 면회 통제는 환자와 면회객 사이의 상호 감염의 가능성을 미리 방지하고 차단하기 위해 취해지는 조치이기 때문에 비용도 크게 들이지 않고 시행될 수 있어 바로 도입해야 한다.

세계보건기구(WHO)도 메르스가 초기에 확산된 이유로 “많은 지인들이 환자를 방문·문병하는 문화가 2차 감염을 확산시켰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리나라의 병원 문화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무분별한 문병 관습과 환자 보호자 간병인이 병실에 상주하는 제도를 없애는 등 우리나라의 병원 문화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방안을 모색하기 바란다.

메르스 사태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지만 차분하게 대응하면서 원인과 대책 찾기에 노력해야할 때이다.

환경과 기후변화 등으로 제 2,3의 메르스 같은 감염병이 다시 찾아올 수 있다. 이에 대비해야 함은 당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