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전선 먹구름… 성장 엔진 꺼져간다
수출전선 먹구름… 성장 엔진 꺼져간다
  • 박재연 기자
  • 승인 2015.06.07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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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3주년 특집] 빨간불 켜진 한국 수출
▲ 부산 감만부두 전경

수출이 바닥 없는 추락을 계속하면서 국내 경기 회복의 불씨가 꺼지지 않을까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내수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가운데 기대를 걸었던 수출마저 휘청거리면서 산업생산이 줄고 체감경기가 냉각되는 등 경제지표에 일제히 빨간불이 켜졌다.

연초부터 곤두박질 치기 시작한 수출이 5개월째 추락을 계속하면서 당초의 장밋빛 전망은 서서히 악몽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수출·수입액이 세계 교역 둔화와 수출 단가 하락 등 영향으로 5개월 연속 동반 감소했다.

5월 수출액은 424억 달러로 1년 전보다 10.9% 줄었다.

수출 감소폭이 두 자릿수로 커진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8월(-20.9%) 이후 근 6년 만이다.

5월 수입액은 360억7200만 달러로 지난해 동기 대비 15.3% 감소했다. 수입액 감소폭이 수출액 감소폭을 웃돌면서 무역수지는 63억2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2012년 2월 이후 40개월째 무역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그러나 수출보다 수입이 더 줄어 나타난 현상으로 그다지 달가워할 흑자가 아니다. 즉 ‘불황형 흑자’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장기간 계속된 경상수지 흑자가 원화가치를 끌어올려 수출 경쟁력에 타격을 주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우리 경제에 버팀목 역할을 해왔던 수출이 흔들리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수출을 직접 담당하는 기업들의 체감 경기부터 꺾이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주 발표한 5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와 경제심리지수(ESI)에 따르면 제조업의 5월 업황BSI는 75로 전달보다 5포인트 떨어지면서 4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 6월 종합경기 전망치는 96.4로 석달 내리 기준선(100)을 밑돌았다. 소비가 다소 회복되는 듯했으나 수출 부진으로 생산이 후퇴하고 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4월 국내 산업생산은 전달보다 0.3% 줄면서 2개월 연속 뒷걸음질쳤다.

물론 최근의 수출 부진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근본적으로는 세계 경제를 이끄는 양대 축인 중국과 미국 경제가 탄력을 잃고 수출에서 내수로 중심을 이동하면서 세계 교역이 전반적으로 위축된 결과로 분석된다.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세계 주요 70개국의 올 1분기 수입액은 12.5% 감소했다.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은 21.3% 줄었으며 연초 기대를 걸었던 미국도 9.0% 감소했다.

이와 함께 1분기 주요국 수출액은 평균 10.2% 줄었다.

이같은 교역 감소에 저유가로 인한 수출 단가 하락, 일본과 유럽의 환율 전쟁까지 겹치면서 ‘수출 강국’ 한국에도 경고등이 켜진 것이다.

 

더구나 한국 경제는 대외 의존도가 높아 수출 감소로 인한 충격이 다른 나라들보다 훨씬 크다는 것도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한국 경제를 둘러싼 대외 환경도 심각하다. 미국과 중국의 경기가 부진한 가운데 올해 안으로 예고된 미국 기준금리 인상으로 한국을 비롯한 신흥시장은 적지 않은 부담을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엔화 가치의 하락 등도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요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달 31일 올해 안으로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기로 했다.

올 들어 미국 경제가 흔들리면서 금리 인상 시점이 미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지만 최근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이 ‘교통정리’를 했다.

옐런 의장은 올해 안 어느 시점에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금리 인상 지연설’은 힘을 잃었다. 시장에서는 9월에 기준금리가 올라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지난해 말 국제통화기금(IMF)은 아시아국가 중 한국이 미국 통화정책 급변에 따른 충격을 가장 크게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는 물론 금리 인상에 따른 가계부채 문제도 심각해질 가능성이 크다.

미국과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일본 등 세계 경제대국의 주도로 펼쳐지는 환율 전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지금까지 성적을 보면 환율 전쟁에서의 승자는 양적 완화를 무기로 내세운 유로존과 일본으로 꼽힌다.

유로존의 채권 매입을 통한 양적 완화는 유로화 약세를 이끌었다. 이는 수출 경기 개선으로 유로존 국가들의 경기 회복에 밑거름이 됐다.

일본은 엔화 약세의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달러화 대비 엔화가치는 2013년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 출범 이후 지금까지 30% 가까이 떨어졌다.

엔저 덕분에 일본의 연간 수출은 아베 집권 전인 2012년 63조7476억엔(약 570조원)에서 2014년 73조930억엔(약 660조원)으로 2년간 14.7% 급증했다.

통화 약세에 따른 유로존과 일본의 수출 호조는 경기 회복으로 이어졌다.

한국은 원화가 상대적 강세를 지속하면서 수출에 제동이 걸렸다. 올해 들어 한국의 월간 수출액은 5개월 연속 감소했다.

엔저가 이른 시일 내에 사그라질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한국 수출도 가시밭길 행보가 이어질 전망이다.

사정이 이러하자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보다 0.5%포인트 가량 내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성장률 이외에도 취업자 증가 수, 소비자물가 상승률 등 다른 거시 경제지표 전망치도 대폭 하향 조정하는 방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획재정부는 이달 말께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성장률을 비롯해 올해 주요 거시 경제지표 전망 수정치를 공개할 예정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현재 성장률 수정치 등을 단정하기 어렵다”면서 “5월까지 나오는 산업활동동향과 물가, 수출 등의 지표에다 6월 속보치와 시장의 매출 상황까지 고려해 수정치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가 올해 성장률을 3.5%에서 3.0%로, 한국은행은 3.4%에서 3.1%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3.7%에서 3.3%로 하향 조정했고 민간 기관에서는 2%대 전망이 속출하고 있다.

KDI의 수정치도 세수 결손 효과를 제외하고 산정한 결과여서, 사실상 2%대 후반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신아일보] 박재연 기자 jypark@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