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배치' 논란 재점화… 케리, 의도된 언급?
'사드 배치' 논란 재점화… 케리, 의도된 언급?
  • 온라인뉴스팀
  • 승인 2015.05.19 17: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美, 사드 배치 필요성 절실"… 공론화 위한 전략적 의도 관측
한반도 배치 결정시 비용부담 주체·부지제공 문제 등 격론 불가피

▲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18일 오후 서울 용산구 주한미군기지를 방문해 주한미군을 대상으로 연설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출국 전 마지막 일정에서 돌연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반도 배치 필요성을 언급해 논란이 일고 있다.

우리 국방부와 외교부는 표면적으로는 사드 배치 가능성에 대해 '3 NO'(요청·협의·결정 없음)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사실상 우리 정부도 군사 실무적 차원에서 사드 문제를 파악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파장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케리 장관은 지난 18일 서울 용산 주한미군기지를 방문해 미군 장병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는 모든 결과에 대비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사드와 다른 것들에 관해 말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케리 장관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사드의 한반도 배치와 관련한 언급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그는 북한의 위협을 거론하면서 사드 필요성을 제기했다.

케리 장관의 이런 발언이 알려지자 주한 미국대사관과 외교부 등은 케리 장관 방한 중에 양국간 사드 논의는 없었다고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국방부는 "사드 구매 계획이 없으며 그런 절차도 전혀 진행된 것이 없다"고 설명했고, 외교부도 "사드 배치 문제와 관련해 한미 정부간 협의가 전혀 이뤄진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관계자 및 외교가에서는 이를 두고 미국이 한반도의 사드 배치가 그만큼 절실하다는 속내를 드러내며 국내에서 다시 공론화 시키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또 미측 인사들은 그간 마치 '치고 빠지는' 듯한 모양새로 사드를 언급하면서 한국을 우회적으로 압박해온만큼, 이번 케리 장관의 발언 역시 압박성 메시지라는 관측도 있다.

특히 미국은 북한의 각종 미사일 위협과 도발에 대비하기 위해 사드가 필요하다는 게 명분이지만, 중국을 견제하려는 숨은 의도도 있는 만큼 어떤 식으로든 우리나라에 대한 압박 수위가 점차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 미군의 사드 미사일 발사 테스트 (사진= The U.S. Army flicker)
미측은 사드를 핵심체계로 하는 미사일방어(MD)체계를 아태지역에 구축하고 있다. 이런 작업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극대화하면서 추진되고 있다.

미국 국방부 관리들이 한국에는 보안 준수를 엄격히 요구하면서 자국 언론에 북한의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등의 정보를 지속적이고 의도적으로 흘리면서 위협을 극대화해온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와 관련, 우리 정부도 군사 실무적 차원에서 사드가 군의 방어력 증강과 군사적 효용성 측면에서 도움이 되는지를 미 육군기술교범과 인터넷 전문자료 등을 통해 파악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커티스 스캐퍼로티 한미연합사령관은 19일 극동포럼 주최 강연을 마친 뒤 한 언론을 통해 "한미 두나라가 개별적으로 사드 배치를 검토하고 있다"며 "결국엔 함께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캐퍼로티 사령관은 특히 "현재는 양국이 (사드 문제에 대해) 군사적인 요인(factor)뿐만 아니라 정치적인 반응(reactor)도 고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사드 제조사인 록히드마틴사 관계자가 최근 방위사업청을 방문했다는 보도까지 나와 논란은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이를 의식한 듯 방사청은 이날 록히드마틴의 조지 스탠리지 항공사업 부사장이 14일 방사청을 방문했을 뿐 사드 얘기를 한 적은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

그럼에도 여러 정황이 정부와 군이 그간 유지해온 '3 NO'(요청·협의·결정 없음) 입장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 사드 배치 문제를 본격적으로 연구하려는 사전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미측은 주한미군사령부를 통해 사드 배치 후보지 5곳에 대한 실사를 진행했다. 가장 유력한 사드 배치 후보지는 2016년까지 주한미군 부대가 결집하는 평택이 꼽히고 있으나 후방지역의 대구 등도 거명되고 있다.

미 정부가 록히드마틴과 계약한 7개 사드 포대 중 5번째 사드 포대가 올해 하반기에 미 육군에 인도되고 내년부터 6번째, 7번째 포대가 차례로 납품된다.

미측은 앞으로 인수하는 사드 포대 중 2개 포대 정도를 한국을 비롯한 국외주둔 미군기지에 배치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사드 배치가 결정되면 비용 부담 주체와 부지 부지 제공 문제 등의 논란도 예상되고 있다.

우리 정부는 미측이 주한미군기지 영내가 아닌 영외 지역의 부지 공여를 요청하면 한미상호방위조약 제4조에 의한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에 의해 부지를 제공할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더욱이 미측이 사드가 주한미군에 배치되면 한국군의 북한 핵·미사일 위협을 억제할 수 있다는 논리로 나올 가능성도 있어 방위비분담금이 주한미군의 사드 운용에 상당 부분 투입되지 않겠느냐는 주장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달 말 싱가포르 아시아안보대화(일명 샹그릴라대화)에서 열리는 한미 국방장관회담, 한미일 국방장관회담 등에서 미측이 사드 문제를 공식, 비공식적으로 꺼내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신아일보] 온라인뉴스팀 web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