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현영철, 비행기 격추용 '고사포'로 처형
北 현영철, 비행기 격추용 '고사포'로 처형
  • 박재연 기자
  • 승인 2015.05.1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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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함 극대화해 복종 강요… 부메랑 될 가능성도

▲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지난달 30일 '불경죄'로 숙청한 현영철 전 인민무력부장(좌측 첫 번째)이 같은 달 24∼25일 김 제1위원장이 주재한 조선인민군 제5차 훈련일꾼대회에서 조는 듯한 모습이 포착돼 눈길을 끈다. 사진은 노동신문이 지난달 26일 보도한 것으로 김 제1위원장이 회의를 진행 중인 가운데 현 전 부장이 눈을 감고 몸을 앞으로 기울이고 조는 듯이 앉아 있어 꼿꼿한 자세로 정면을 응시하는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과 대조된다.ⓒ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북한 내 군 서열 2위인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을 지난달 30일 반역죄로 숙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가정보원이 13일 밝힌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의 처형 방식은 현대 문명국가에서 자행됐다고는 보기 어려울 정도로 잔혹하다.

국정원은 평양 강건종합군관학교 사격장에서 주민 수백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고사총(고사기관총·고사포)으로 공개 처형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에 나오는 고사포의 모습. 영화 장면 캡쳐
고사총은 저공 비행하는 항공기나 헬기를 격추하는 데 쓰이는 대공 무기로, 구경 14.5㎜에 분당 1200발을 발사할 수 있다. 사람을 직접 겨냥해 발사하는 무기가 아니다.

이동식 야전고사포와 고정식 진지고사포로 분류되는 데 야전고사포의 구경은 75∼85mm, 진지고사포는 105∼127mm 위주다. 가장 구경이 큰 고사포는 150mm 급에 달한다.

고사포는 북한군의 주력 대공·지상용 범용화기로 90년대 이후 각종 전차의 기관포와 해군 함정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1870년 보불전쟁(프랑스와 프러시아의 전쟁)에서 처음 등장한 것으로 알려진 고사포는 세계 1차 대전 당시에도 많이 활용됐지만 정확성이 개선된 세계 2차 대전 당시부터 각국의 주요 병기로 자리 잡았다.

애초 연락책으로 활용되는 풍선을 무력화하기 위해 개발된 고사포는 이후 비행기 격추 용도로 주로 활용됐다. 실제 북한에서도 최근 고사포를 대북 전단이 담긴 풍선을 향해 발사한 바 있다.

이 같은 고사포로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을 공개 처형했다는 것은 잔혹함을 극대화해 공포를 유발하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볼 수 있다.

현영철과 같이 김정은 제1위원장에 대한 '불경'과 '불충'을 저지른다면 누구든 처참한 죽음을 맞을 것이라고 모든 주민에게 경고한 셈이다.

그러나 김 제1위원장의 공포정치는 그에게 부메랑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국정원도 이날 북한의 간부들 사이에서 김 제1위원장의 지도력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했다.
 

[신아일보] 박재연 기자 jypark@shinailbo.co.kr